▲JTBC는 지난 10월 24일 메인 뉴스프로그램 <뉴스룸>에서 "최순실씨의 PC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이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뉴스룸> 갈무리
저자는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변화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언론을 향한 압박이 거셌다면서 가토 <산케이신문> 지국장을 비롯해서 소송이 많아진 점을 예로 든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언론 무차별 소송과 함께 이전 MB정부보다 보수언론에 특혜를 주지 않은 점을 거론한다. 언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일방통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던 언론지형이 2016년 20대 총선을 계기로 뒤집히고 있다는 분석도 볼 수 있다. 여소야대 형국이 보수언론의 보도 방향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4·13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뒤 <조선일보> 편집국과 TV조선 보도국은 분주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낮에 가장 의지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TV조선은 대통령이 밤에 가장 의지한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겨냥했다.
보수 정당이 선거에서 압승하지 못한 것이 보도 방향 변화의 변수라는 것인데, 저자는 <조선일보>가 '내부자들'에서 '심판자'로 변신한 이유로 이 같은 선거 결과를 꼽는다. 친박이 '몰락'하자 "<조선일보>는 우병우·최순실을 내치면서 보수 재집권을 위한 '새판 짜기'를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보수언론의 변신을 두고 단순한 '정치적 입장 변화'보다 '시장에서의 생존'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었다. JTBC가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보도를 통해 개국 이래 사상 최대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종편의 다른 채널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JTBC 뉴스룸의 보도를 지면에 실은 것도 타 일간지의 특종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는 해석도 있다.
MBC와 KBS의 추락이 JTBC와 TV조선의 부각으로 이어진 변화는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다. SNS시대를 맞아 더 이상 1면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은 종이신문의 위상도 엿보인다. 저자인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자사 보도를 부끄러워하며 반성하는 기자들을 향해 냉소보다는 응원을 보내주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리고 언론을 향해서도 "주저하는 간부들과 싸우며 야성을 되찾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디어 전문 기자의 시선으로 본 언론지형 분석과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여전히 숙제가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움의 추구'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시대에서 언론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박근혜 무너지다>가 돌아본 지난 몇 개월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남긴 의문에 답해본다. 결국에는 현장을 취재해서 흔들리지 않고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라고.
박근혜 무너지다 - 한국 명예혁명을 이끈 기자와 시민들의 이야기
정철운 지음,
메디치미디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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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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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내부자들'에서 '심판자'로 변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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