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없이 이 탑을 쌓고 있다.
명예와 허영의 천공(天空)에다,
무너질 줄도 모르고,
한 층 두 층 높이 쌓는다.
별을 노래하는 시인 윤동주가 열여덟 살에 쓴 '공상'中.
인간발달학에서 보는 18세는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및 감정적 발달이 성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성되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삶의 의미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 자아의 형성, 감정적 안정, 타인에 대한 배려, 높아진 독립심과 자신감,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인간발달과정에서 순차로 수행되는 과업이 18세에 마무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제도 또한 가급적 18세의 이러한 발달과정에 부합하도록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체계 안에서의 18세는 어떨까? 18세는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되어 공무를 수행할 수 있고 부모 동의 없이도 혼인할 수 있지만, 유독 선거에 참여할 수는 없다. 또한 우리의 18세들에게는 병역, 납세 등 의무와 책임이 엄격히 부과되어 있지만, 여전히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법제도가 그 특징에 맞도록 18세를 균형 있게 대우해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선거연령 하향이 문제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선거연령 하향의 필요성 및 당위성을 논하기 전에, 다른 나라의 제도 및 우리 입법연혁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 그리고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이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연령이 1948년 제헌헌법 때 21세, 1960년 제3차개헌 때 20세, 그 이후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 때 현행 19세로 시간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꾸준히 하향 조정되어 왔다.
그런데 선거연령 하향의 필요성은 정파적 유불리나 정치적 이해타산을 떠나, 사회변화와함께 달라진 생애발달과정 단계와 같은 개인적 요소, 참여민주주의의 가치 함양과 같은 더 높은 공동가치의실현 그리고 '18세 선거권'의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해서 따져 보는 것이 생산적일 것이다.
우선 인간발달과정의 면에서18세는 신체적, 인지적,사회-감정적 발달이 완성되는 단계로, 이들 상당수가 능동적으로 국가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 더욱이 오늘날의 18세는 높아진 교육수준과 언론의 다양화, SNS를 비롯한 인터넷-모바일 통신의 발달 등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책임 있는 의사형성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또한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젊은 유권자 층의 정치적 의사가 점점 과소대표되는 면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의 발달과 변화된 사회환경에부응하는 18세의 정치참여 확대는, 선거연령 하향으로 응답해야 하는 어쩌면 자연스런 시대적 요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선거연령 제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이를 제한하는 데 그침으로써 우리 사회가 누릴 수 있는 실익의 관점에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익으로는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로 인한 민주주의 가치의 함양, 미래세대의 국가운영 방향성 정립에 관한 주인정신 제고, 국민들의 정치적 책임의식 고양, 18세 선거참여와 이에 따른 입법과 정책수립 간의 순환체계 형성, 보통선거 원칙의 확대구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선겨연령 인하로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사회적 이익을 나열해 보더라도, 선거연령하향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도 그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18세. 이제는 권리와 의무의 균형 속에서 선거참여를 통해 어엿한 유권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그리고 부모와 열여덟 살 자녀가 유권자 대 유권자로 벌이는 활발한 정치적 대화가 저녁 식탁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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