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저임금, 세상이 왜 이렇게 됐을까

서평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등록 2017.01.20 10:20수정 2017.01.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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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고숙련 기술의 글로벌화'를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이 대중화되자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국에서 고학력-저임금 인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연간 33조원에 이른다.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
'개 같이 공부하고 정승같이 놀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연봉은 성적순이다.'


유행처럼 번져나간 이 말들은 교육에 대한 기대를 한껏 반영하고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공고한 믿음 말이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무리한 빚을 지고서라도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OECD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온 국민이 그렇게 교육에 투자를 했는데도 2016년 청년실업률은 무려 9.8%였다. 체감실업률 23~37%에 이르는 사상최악의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교육에 대한 투자는 소득 확대와 중산층 진입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정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끊임없이 생성될 줄 알았다. 그런데 단지 노력이 부족해서, 남보다 더 열심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떨어지고 또 떨어져야만 했던 것일까?

a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고학력-저임금이 된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고학력-저임금이 된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 개마고원

책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는 대졸자들이 실업자가 되거나 저임금을 받고 일하게 된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그렇게 돈들여 열심히 공부하였는데도 왜 그 모든 노력들이 그저 낭비될 수밖에 없었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대학을 나왔는데도 실업자가 되거나 저임금으로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것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미국 현실을 분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곧 닥치게 될 미래이거나 혹은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서 함께 고민해 볼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에서 관리자급 일자리나 전문직에 대한 수요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을뿐더러 그런 직업들의 실제 보수나 업무 여건은 기대에 못 미친다. 고학력이 고임금을 보장해준다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 이후 미국 대졸자들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승자는 최상층의 직업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승리한 극소수에 불구하다. (15쪽)

1970년대 이후로 대졸자 연봉이 거의 오르지 않았던 이유로 '고숙련 기술의 글로벌화'를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이 대중화되자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국에서 고학력-저임금 인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비슷한 품질을 훨씬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였다. 원활한 해외 아웃소싱을 위하여 모든 업무들은 수치로 계산되기 시작했다. 원격자동 도구들이 늘어나고 일감들은 잘게 쪼개져 분업화 되었다.


이제는 전문직 업무의 상당 부분을 저비용 개발도상국에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테일러리즘이 고숙련 업무 자체를 단순 업무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자 해외 아웃소싱은 더욱 필수적인 전략이 되었다. (188쪽)

고급 일자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사회적 병목 현상은 계속 되었다. 학력이 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이 계속 이어진 탓이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소신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학위를 따는 것이다. 학위 인플레는 대학 졸업장의 가치를 더 떨어뜨렸고 취업문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기회의 덫에 걸린 개인들이 구직시장에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노력하면 할수록,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 불어났다. 기회라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확장시키고 꿈을 실현시켜주기보다는 사람들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고, 스트레스를 더 받게 했다. 사람들은 갈수록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더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에 쏟았다. (234쪽)

더 이상 맹목적인 교육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제 기존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 보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피 튀는 경쟁을 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다. 일자리보다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희망이 있다.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은 창조성, 지식, 그리고 더 나은 해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태도이다.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더라도,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교육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 훌륭한 교육은 미래에 창조적인 사회를 낳을 것이며, 특히 저탄소 산업이나 사람들에 삶을 진정 풍요롭게 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256쪽)

잘 먹고 잘 살자고 했던 공부가 도리어 빚이 되어 청년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해외 아웃소싱으로 고급 일자리들이 빠져나가고, 그마저도 표준화된 단순 업무들이라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남아 있는 일자리들은 승자 독식 구조 속에서 극소수만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가 이러려고 공부한 게 아닌데 말이다.

무서운 것은, 지금도 교육에 대한 '투자'는 계속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맹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이 시대의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공부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행복감 말이다.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

필립 브라운 외 지음, 이혜진 외 옮김,
개마고원, 2013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 #고학력저임금 #실업률 #고급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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