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진 관장이 전시된 씨앗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한정보> 장선애
반달벼, 각시동부, 갓끈동부, 울타리강낭콩, 예산스슥….고놈들 이름 한번 정겹다. 대체로 생긴 모양이나, 자라난 터전 등을 담아 누군가 옛사람이 지어 내려온 이름들이다. '스슥'처럼 씨앗의 고향 사투리가 들어간 경우도 있다. 우리 흙과 물, 햇빛, 바람, 그리고 농부의 발소리가 만들어낸 '토종'들이다.
충남 예산군 대술면 시산서길 64-9 한국토종씨앗박물관(관장 강희진).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 박물관 등록을 마치고, 한국박물관협회와 사립박물관협회 회원으로도 가입했다. 개인소유지만, 국가유물로 등록된 공공재이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유일의 토종씨앗박물관이다. 지난 17일, 이곳을 방문했다.
34평 남짓 조립식건물 내부는 정갈하고 따스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3개로 구분된 공간에는 1500여 종의 씨앗들이 10㎝ 길이 유리관에 담겨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이 그 모양과 색깔, 특징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벼만 해도 400여 종, 콩 80여 종, 보리 50여 종 등 그 종류가 상상 이상이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예산토종씨앗들이다. 현재 200여 종이 들어와 있는데, 올해 본격적으로 채종과 씨앗마실(농가를 돌며 씨앗을 구하는 일)을 통해 그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두 번째 방, 가장 넓은 전시관 한가운데에 체험교육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역에 사는 목수 후배가 직접 짰다는 탁자와 의자, 따스한 조명 불빛과 전시된 씨앗들이 어우러져 카페 같은 느낌마저 든다. 가장 안쪽에 자리해 있지만 박물관의 주인인 듯,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위치에 걸린 안완식 박사의 사진. 우리나라 토종의 산증인이요, 선구자인 안완식기증관이다. 그가 기증한 400여 종의 씨앗들과 저서, 연구자료, 사진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