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명절입니다. 회사 내에 마련된 우편물센터에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택배가 보내지고 도착을 합니다. 물론 회사에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명절선물도 많지만 직원들에게 들어오는 선물도 만만치 않습니다. 택배회사도 해외 전문 택배를 비롯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그중에 오전에는 차량으로, 오후에는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우체국 택배아저씨와 제일 친하지요.
일을 하며 하루에 두 번 마주치는 우체국 택배아저씨가 나이는 많지 않지만 우편물을 대하고 나를 대하는 모습에서 어렸을 적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우체부 사이에 오가던 끈끈한 정을 느낍니다. 서로 우편물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대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어린 막내딸이 안 좋은 사연일랑 감추고 몸 편히 잘 있다는, 이번 명절에는 늙은 아버지의 두툼한 잠바와 술 한 병을 사들고 내려가겠노라는, 가슴 알싸한 사연을 배달하는 그런 시대는 지났지만 우체부가 한가한 날에는 옛날 옛적 할머니와 우체부 얘기를 하며 미소를 짓곤 합니다.
1960년대 신사용 자전거 앞에 통가죽으로 만든 우편물가방을 달고 도랑을 건너 산을 넘어 오던 우체부, 눈이 많이 내리거나 장마가 지면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우체부, 그 시절의 우체부는 단절된 세상과 마을을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였지요.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다가 정월달 우체부가 전해주는 한 장짜리 달력을 받고서야 '아, 이 사람이 국회의원이여?' 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랜만에 오는 우체부는 편지 전할 일도 없으면서 집집마다 들러 안부를 묻고 누구네집 막내딸이 편지를 보냈다며 미리 소식을 전하면 할머니도 그 집 딸의 소식이 궁금해 우체부와 이웃집으로 건너가지요. 우리 할머니나 이웃집 할머니나 까막눈이라 우체부가 구수한 사투리로 읽어주면 한 번만 더 읽어달라며 막내딸 생각에 눈물을 훔치시던 할머니.
막내딸 생각에 훌쩍이다가 말고 밥이나 먹고 가라며 채 식지 않은 가마솥에서 밥을 꺼내오십니다. 말이 밥이지 밥에 섞인 감자 몇 알 꺼내고나면 사실 밥은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체부아저씨 역시 사양하는 법이 없지요. 왜냐하면 밥을 안 먹고 가면 할머니가 두고 두고 서운해 할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로켓트배송이니 총알배송이니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참 조급하게 사는구나 싶습니다. 이제는 드론으로도 택배를 한다니 그나마 택배아저씨의 꽁꽁 언 손에 따듯하게 데워진 캔커피를 쥐어주던 정마저 없어질 모양입니다. 그동안 택배의 편리함과 고마움을 알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드린 것 같습니다. 인사할 새도 없이 바쁘게 가시는 택배아저씨의 뒤에 대고 '고맙습니다.' 소리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오마이뉴스 혹은 moi의 지면을 빌려 우체부아저씨와 택배아저씨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따듯한 명절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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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택배 보니 우체부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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