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비자금 조성으로 7명 구속

검찰 25명 중 7명 구속하고 16명은 불구속 기소, 시민단체는 꼬리자르기 수사라며 반발

등록 2017.02.10 11:03수정 2017.02.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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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월 11일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가 대구시 중구 천주교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구희망원 사태 책임자 조환길 천주교유지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1월 11일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가 대구시 중구 천주교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구희망원 사태 책임자 조환길 천주교유지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조정훈


천주교 재단이 위탁 운영해온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인권유린과 횡령이 있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천주교재단과 상관없다는 검찰의 발표에 꼬리 자르기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진호)는 9일 대구희망원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입소자 불법 독방 감금과 폭행·상해 등 인권침해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감금, 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배아무개(63) 전 대구희망원 총괄원장 신부 등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25명을 입건해 이 중 배 전 원장 등 7명을 구속기소 하고 1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배 전 원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생활인(입소자)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177명의 생계급여를 달성군에 허위로 신청해 6억5714만 원을 부정하게 수급받았다. 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식자재 대금을 과다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법으로 5억8000만 원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희망원 직원 2명은 치매 환자를 노숙인인 것처럼 부정입소 시킨 후 의료급여 수급자로 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게 한 후 의료급여 6200만 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직원들의 격려금과 경조사비, 대구희망원 내 성당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주형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부정수급한 돈으로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7억8000만 원으로 이 중 2억 원은 희망원 운영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5억8000만 원은 개인이 횡령했다"고 말했다.

대구희망원 비자금과 관련해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목공제회를 압수수색까지 했던 검찰은 희망원에서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사목공제회에 입·출금된 내역이 확인됐으나 대구대교구로 흘러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2차장검사는 "사목공제회와 천주교대구대교구청은 관계 없고 개인비리로 조성된 돈"이라며 "배아무개 신부의 비자금이 사목공제회에 흘러들어 간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간병 능력이 없는 생활인들에게 중증환자의 간병을 맡게 해 업무상 과실로 사망한 사례 3건을 비롯해 생활인들을 상대로 폭행·상해를 가한 사례 12건, 지적장에 생활인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사례 6건 등 인권침해 사례도 밝혀냈다.


또한 내부규칙을 위반한 생활인들을 징계하기 위해 독방시설을 운영하면서 7년간 302명을 감금하고 이 과정에서 생활인 간 폭행으로 인해 2명이 사망한 사실도 확인됐다. 독방에 감금된 생활인들은 평균 11일 동안 감금을 당했다.

검찰은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됐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비리의혹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과 진정사건 등에 앞으로도 추가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발표에 시민단체 '꼬리 자르기 수사' 비판

하지만 희망원 비리를 고발하며 엄정수사를 촉구해온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이번 검찰의 발표에 꼬리자르기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희망원대책위는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는 사전에 천주교대구대교구와 조율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한마디로 꼬리자르기 축소수사"라며 "희망원의 운영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대표이사 조환길 대주교)에 면죄부를 준 봐주기 수사"라고 말했다.

희망원대책위는 이어 "어찌 된 영문인지 검찰은 재단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책임도 묻지 않았다"며 "검찰과 천주교대구대교구는 교구로 확대되는 수사를 막는 대신 배 전 원장신부에게 모든 책임을 독박 씌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자금 조성처로 알려진 사목공제회나 대구정신병원의 비자금 수사는 완전히 물타기"라며 "사목공제회에 대한 압수수색은 왜 했는지조차 의문스럽고 횡령한 돈을 다시 병원 운영비로 사용해 죄를 묻지 않겠다는 대구정신병원 수사는 그야말로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1958년 문을 연 대구시립희망원은 1980년까지 대구시가 직접 운영하다가 천주교대구대교구 산하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위탁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비자금 조성과 장애인·노숙인 등 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불거지고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제기되자 운영권을 대구시에 다시 반납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비자금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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