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책 표지
랜덤하우스코리아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직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여행작가다. 세계각지, 방방곡곡을 원없이 쏘다니며 돈까지 버니 부러워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실제 모습이 상상과 상당히 다르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달씩 훌쩍 떠나야 하니 삶의 터전이 갖는 무게가 머물러 사는 사람과 같을 수가 없다.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에서 홀로 머물다 떠나버리니 같이 살아가는 입장에서도 정을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머물러 살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방랑벽, 역마살과 같이 사람의 의지를 넘어선 표현이 생겨났는가 보다.
여행 산문가로 명성을 얻은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은 저자에게 베스트셀러 작가의 영광을 안긴 책이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찍은 사진과 짤막한 감상을 이어붙인 수필집으로 2005년 첫 출간 이후 2010년 개정증보판과 지난해 '리커버에디션'이란 이름의 추가판 등이 나온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등단시인인 그는 여행산문가로 활동하며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연달아 출간, 더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 10년 간 누적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끌림>이 누적판매량 1, 2위를 차지, 가장 많이 팔린 여행에세이로 이름을 올렸다.
책은 저자가 1994년부터 2005년 초까지 50여 개국, 200여 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남긴 기록이다. 어느덧 반백이 된 저자가 스물 아홉부터 서른 아홉까지 청춘을 바친 삶의 순간 순간이 카메라 셔터에 담겨 글과 함께 실렸다.
페루에서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코파카바나로 가는 버스 안에서 뉴욕 맨해튼에서 왔다는 옆자리 중년 여인에게 대뜸 묻는다. "뉴욕의 지난 가을은 어땠어요?" - 책 중에서<끌림>이 여타 여행수필집보다 큰 인기를 누린 건 특유의 감성적인 감상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가야할 길에 대한 동경, 서성거림의 순간이 시인의 고운 언어로 담겨 감수성 있는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여기에 손때 묻은 카메라로 진득하게 기다려 찍은 듯한 사진이 여백을 채워 충분한 사고의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방송작가로도 활동하는 작가의 책은 누구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어느 책보다 독자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 뛰어난 통찰이나 번뜩이는 감각이 엿보이진 않지만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뭔가 있어 보이는 책이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하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