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구성 모습.
성안당
오래전, TV 생활정보 코너에서 본대로 '봉지가 팽팽하게 공기 째 넣어 뿌리 쪽을 아래로'와 '키친타월에 싸 봉지에 보관하면서 가끔 물을 뿌려주면 오랫동안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를 실천했습니다.
그랬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일부는 까맣게 변하고 일부는 물러서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온 그대로 봉지에 담아 두고 필요한 만큼만 씻어 먹는다. 최대한 빨리, 가급 그날 먹는다'를 고집해왔습니다. 그런데 책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잎채소는 수분을 방출한다. 마른 키친타월로 싸고 그 위에 비닐봉지를 덮으면 키친타월이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적당한 물기를 갖게 된다. 젖은 키친타월로 싸면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과 키친타월의 수분으로 인해 수분과다가 되어 물러진다.' - 32쪽, '잎채소의 보존, 어느 쪽이 옳지?'에서) 봉지 째 넣은 것은 저온장애를, 물을 뿌려가며 보관한 것은 수분과다였던 거지요. 누가 시금치나 쑥갓, 파프리카를 데쳐 냉동하면 된다고 해 그렇게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질겨지고, 어떤 것은 죽처럼 뭉근해져 난감하더군요. 더러는 말리기도 하는데요. 무청이나 가지, 표고버섯, 취나물처럼 흔히 말려먹는 것 외엔 말리는 것도 망설여지곤 합니다.
정말 냉동해도 되는지, 말려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의하면 거의 모든 채소들은 냉동할 수 있고, 말려서 많은 요리들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쑥갓: 살짝 데쳐 식힌 다음 냉동하거나 말려 무침이나 국으로 ▲부추: 4cm 정도로 잘라 소쿠리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어 데쳐 냉동, 국에 넣어도 되고 무치거나 볶아도 된다. 통째로 큼직큼직하게 썰어 말려 국에 그대로 넣는다. ▲피망과 파프리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그대로 또는 볶거나 데쳐 말려 무침이나 볶음, 국에 쓴다. ▲브로콜리: 작은 봉오리로 잘라 살짝 데쳐 냉동하거나 말려 볶음요리나 끓이는 요리에 쓴다. ▲당근: 잘라 그대로 냉동하거나 살짝 데쳐 냉동해 국물요리나 볶음에, 납작하게 썰어 말려 볶음밥이나 국물요리에 ▲숙주: 살짝 볶거나 뜨거운 물 부어 데쳐 냉동해 무침이나 국에. 밑뿌리 떼고 말리면 많이 먹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알게 된 것들입니다. 특히 남편이 좋아하는 부추를 말리거나 냉동할 수 있음이 어찌나 반가운지요. 해독작용이 있어 간에도 좋고, 비타민 B군의 흡수를 돕는 물질과 자양강장과 피로회복에, 비타민 E가 풍부해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좋은 채소로 알고 있거든요.
모두 열거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시중에서 구해 먹는 모든 버섯들을 비롯하여 무, 청경채, 감자, 오이, 가지, 양파, 순무, 우엉 등 냉동 못할 채소들이 거의 없고, 말리지 못할 채소들 또한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과일도 마찬가지고요.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달걀도 냉동할 수 있다는 것. 껍질째 냉동해도 되고, 껍질을 까서 용기에 담아 냉동해도 된다는데, 노른자만 분리해 얼린 후 반해동해 밥을 비벼 먹으면 색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요. 남편이 가끔 "어렸을 때의 그리운 맛"이라며 버터와 간장과 참기름, 달걀 하나만으로 밥을 비벼 먹곤 하던데, 노른자 하나 얼려 선심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