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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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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전남 구례 산동마을로 차를 몰았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노란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산동마을 산수유는 꽃을 피우기는 했으나 내 눈과 마음을 흡족히 적시기엔 부족했다.
내가 기다리는 봄은 쉽게 오지 않았다. 하물며 너와 나, 우리가 희망하는 봄이 쉽게 오겠는가? 우직하게 제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
노란 산수유 꽃 화사하게 핀 모습 보려면 누군가는 나무를 심어야 하고 거름을 주고 가지치며 겨우내 잘 돌봐야 한다. 그리고 조급증을 버리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만사에는 때가 있다.
추운 겨울을 드넓은 광장에서 보낸 많은 벗들에게 봄 맞을 준비하되 조급증은 버리라 감히 조언한다. 어디 우리가 바라던 봄이 알아서 찾아오던가.
'계절의 봄'은 시간 흐르면 자연스레 찾아오나 내가 원하는 '찬란한 봄'은 누군가의 피와 땀을 거름삼아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다시 엉덩이에 묻은 먼지 털고 절반쯤 핀 봄을 가슴에 안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우직히 걷다보면 기시밭길 끄트머리에 찬란하고 화사해서 눈물겨운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나를 맞이하리라. 절반쯤 핀 산수유 꽃이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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