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준 봉투 겉봉을 읽고 있는 현덕이 어머니. 흐뭇한 표정이 보기 좋습니다.
전갑남
현덕이는 내 제자입니다. 현덕이 중학교 다닐 때 내가 가르쳤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현덕이 나이 30을 훌쩍 넘었습니다.
현덕이는 심성이 아주 착했습니다. 공부도 썩 잘해 대학을 나와 직장도 쉽게 구했습니다. 부모님 속 썩이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덕이는 이웃동네에 사는 색시를 아내로 맞아들여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몇달 전에는 부모님께 예쁜 공주를 안겨드려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현덕이 부모님과는 학부형과 선생님의 인연으로 만나 다정한 이웃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고추모를 사러 현덕이네 집에 들렀습니다. 마침 현덕이 내외가 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현덕이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시간이 되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들내외에게 현덕이 어머니는 바리바리 많은 것을 싸주셨습니다.
"너희 온다 해서 담은 식혜니까, 음료수 대신 먹어. 오이소박이도 맛있을 거야. 조기는 이모네가 보내온 건데, 너희 줄려고 남겨났어! 요 양념거리는 아끼지 말고 먹어. 떨어지면 말하고."부모의 마음이 보따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흐뭇했습니다.
이번에는 현덕이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따로 따로 봉투를 마련하였습니다.
"어버이날이 낼 모레인데, 저희 그땐 못 찾아뵐 것 같아요. 어버이날 큰 선물 못 드려서 죄송해요."봉투를 건네받은 현덕이 부모님 얼굴에 기쁨이 가득이셨습니다.
"너희 잘 사는 게 우리한테 최고 선물인데. 아무튼 고맙다!"이번에는 며느리가 작은 꽃을 선물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