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책방지기 모습입니다
최종규
ㅂ. <책방 심다>에서 꾸리는 모임을 소개해 주시고요, 이 같은 모임을 하는 즐거움을 말씀해 주세요."현재 책방에서 꾸리고 있는 모임은 독서모임, 우쿨렐레 연주모임, 프랑스 자수모임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비상시적으로 다양한 '일일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이란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것처럼 책에서 간접경험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직접경험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책방지기들이 평소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내용으로 모임이 꾸려지므로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개인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ㅅ. '심다'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책방을 열고 '심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책방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하세요. 그럴 때면 꼭 이야기하죠. '심다'는 "나무를 심다." 할 때에 "심다 "입니다. 우리는 책 속에 있는 지식과 지혜의 작은 씨앗이 마음에 뿌리내리길 바랍니다. 책방에는 수많은 씨앗이 있고, 책방을 통해 그 씨앗들이 널리 번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심다'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의미를 찾자면 책방을 열기 전부터 아내가 나무를 많이 심고 싶어했어요. 순천에 내려와 첫봄, 아내는 아기 꽃사과나무에 반해 한동안 땅도 없는데 나무를 사서 심을 궁리를 했었습니다. 책방 이름을 정할 때 나무 심는 것에 마음이 온통 빼앗겼던 아내의 기억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책방을 통해 지금보다 조금 더 수익이 생긴다면 나무를 심으려 해요. 그리고 올해 식목일에 드디어 나무를 심었어요. 한 그루이지만요. 하하. 앞으로도 꾸준히 심겠습니다. "
ㅇ. 책을 읽고 파는 책방지기 한 사람으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마디 해 보신다면?"대형서점이나 작은 서점이나 저마다 역할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요에 따라 자연적으로 서점은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할 것이고요. 여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꿨으면 하는 점은 유통의 구조가 개선되어 대형서점이나 작은 서점이나 공급률은 같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완전 도서정가제'가 정착되어 대형서점이나 작은 서점이 동등한 입장에서 책을 판매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야 대형서점에 좀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밖에 없다지만 저렴하게 공급된 만큼 편법적 할인판매를 하므로 더욱 경쟁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서점의 책방지기로서 같은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면 더 싸게 살 수도 있음에도 작은 서점에서 구매해 주시는 고객님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ㅈ. 순천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행정적으로만 '정원의 도시, 책의 도시, 교육의 도시'로 남지 않고 진정성 있는 문화예술, 교육, 복지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가족과 정원을 거닐며 책도 보고,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어린이가 즐거운 고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순천의 자랑인 아름다운 자연환경 시설과 도서관이 어린이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면 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책이 함께 한다면 더욱 좋겠네요. 꾸준히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전문 기획자와 교육자 양성과 이런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재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에게 이야기 해주시다면?"누구나 각자 삶의 행군을 하고 있죠. 하지만 삶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물학적으로도 하루에 몇 번 쉬고 잠도 자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작은 동네서점은 쉬고자 할 때 잠시 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쉬어 가며 물도 한 잔 하고 지친 몸을 풀 듯, 서점에서 만난 작은 책, 혹은 책을 매개로 한 이야기에서 위로받기도 하고 잃었던 방향도 찾을 수 있고 지금의 삶과는 다른 전혀 다른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ㅋ. 'Blind date book'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3월 한 달간 호주에 출장을 갔었는데 그곳에서도 늘 그랬듯 틈만 나면 서점을 찾아다녔습니다. 호주에도 특색 있는 작은 동네서점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 '블라인드 북'을 보았는데 너무나 기발하다고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 블라인드 북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것이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블라인드 데이트 위드 어 북(blind date with a book)'이라는 하나의 운동처럼 많은 도서관과 작은 서점들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요.
책방을 열었던 작년 봄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이런 활동들이 없었고 우리 책방에서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책의 표지나 광고를 떠나, 숨겨져 있는 훌륭한 작가의 좋은 책들을 소개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지금은 우리 서점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서점에서도 '블라인드 북'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