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가득 MBC노동자들의 사원증 2월 23일 오후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가운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앞 광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조합원들이 규탄집회를 열었다. MBC사옥앞 광장에는 조합원들의 이름이 적힌 대형사원증이 놓여 있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에 대해 '2011년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누락' '문재인 의원 변호사 겸직 대형오보' '세월호참사 유가족 향한 막말' 등을 지적했다.
권우성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MBC 정상화'를 이야기했다.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이어져온 MBC 사태가 전환점을 맞을 거라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은 못 할 것"
MBC는 공익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가 주식의 70%를,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다. 대주주인 방문진이 MBC 사장 선임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방문진 이사회는 청와대·여당·야당이 각각 이사를 3명씩 추천하게 돼있다. 사실상 여당이 6명의 이사를 추천하고 다수결로 MBC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다. 이렇게 이사회가 MBC 사장 인사를 쥐고 있어, 방문진 이사가 바뀌지 않는 한 MBC 사장은 물론 MBC 경영진을 교체하기 힘들다.
김장겸 현 MBC 사장은 지난 2월 취임해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다. 김 사장을 임명한 방문진 이사진들의 임기도 1년 반 정도 남은 상태다. 이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사례를 반복할 수도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정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당시에도 임기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정 전 사장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정 전 사장이 거부하자 정부 차원에서 국세청과 검찰을 동원해 배임혐의로 그를 기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정 전 사장은 15개월 임기를 남겨두고 사장직에서 내려왔다. 이는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에 좌지우지된 사례로 남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 사장을) 쫓아낼 수 없고, 쫓아내려면 KBS 정연주 전 사장의 케이스를 밟아야 하는데 이는 좋은 방안이 아니다"라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이야기 해 온 것이 있으니 이명박, 박근혜 정부처럼은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안' 통과, MBC 리셋으로 가는 합법적 길 MBC 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말하는 목소리가 많다. 방송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발의했다. 공영방송 이사 정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려, 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 이사 수를 기존 6대3에서 7대6으로 바꾸고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선임할 수 있게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주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문진 이사회를 새로 구성해야한다. MBC 사장을 임명·해임할 수 있는 방문진 이사들이 바뀌어, 현 MBC 경영진들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면서도 "일단 국회에 가 있는 방송법 개정안의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기자는 "최선은 아니지만 일단 현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MBC를 '리셋'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해직자 문제도 빛을 본다. 해고자 복직은 사장이나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대통령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개정안이 통과돼 방문진 이사진을 바꾸고 MBC 경영진을 교체해야 막혀있는 해직자 복직 문제도 풀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