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가 6일 창원충혼탑에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을 열면서 박진경 육군대령 위패를 '경남대표'라 해서 놓고 헌화분향하도록 했다.
한은정
경남 창원시가 현충일 추념식을 열면서 일본군 출신에다 제주4·3사건 때 강경토벌작전으로 부하들에 의해 암살되었던 박진경(1920~1948) 대령을 '경남도 대표'로 내세워 논란이다.
창원시는 6일 오전 창원충혼탑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얼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을 열었다. 추념식 참가자들은 헌화분향하기도 했다.
그런데 창원시는 헌화분향하는 곳 앞에 위패 하나를 놓아두었다. 그 위패에는 '경남도 대표 박진경 육군대령 신위'라고 새겨져 있었다.
박진경 대령은 경남 남해군 남면 출신이다. 일본 오사카외국어대학교를 나오고 일본군 출신인 그는 광복 이후 국군이 창설될 때 참여했고, 국방경비대 총사령부 인사국장에 이어 11연대장으로 취임과 동시에 육군 대령이 되었다.
박진경 대령은 4·3사건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김익렬 중령을 밀어내고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미군정 딘 장군의 명을 받아 강경토벌작전을 감행한 인물이다.
박진경 대령은 부하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4·3사건의 강경진압에 불만을 품은 부하들이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이 있은 직후 취침 중이던 박진경 대령을 소총으로 사살했다.
박진경 대령 동상은 1990년 4월 박익주 전 국회의원 등에 의해 경남 남해군 군민동산에 세워졌다. 박익주 전 의원은 그의 아들(양자)이다.
4·3사건 관련 단체와 남해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005년부터 '동상 이전'을 요구해 왔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는 당시 "일본군 출신의 박진경 대령이 전 제주도민에 대한 초강경 토벌을 통해 수많은 도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의 동상이 남해에 세워진 사실은 남해군민과 제주도민의 자존을 짓밟는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한 인사는 "박진경 대령이 어떻게 해서 '경남대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창원 출신도 아니고, 창원 출신의 순국선열도 많을 것인데, 그런 사람의 위패를 대표로 내세운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 소장은 "박진경은 4·3항쟁을 강경토벌하려고 했던 인물로, 부하들에 의해 암살되었다"며 "그런 사람을 '대표'로 내세운 것은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사 이사는 페이스북에 "왜 하필 박진경이 경남대표? 그는 제주 4·3사건 진압 사령관이었다. 그의 전임 김익렬 대령은 시위대와 평화협정을 해야 한다는 온건파였으나, 후임으로 부임한 박진경은 '제주도민 30만 쯤은 죽여도 된다'며 무자비한 소탕작전을 지휘한 학살 주범이다. 결국 그는 강경진압에 불만을 품은 부하군인들에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남해 출신인데, 고향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자가 어떤 연유로 현충탑 앞에 대표 인물로 저렇게 서게 됐는지 궁금하다"며 "그를 현충일 '경남 대표' 인물로 내세우는데 관여한 사람은 어떤 상징으로 박진경을 정했을까? 멋모르는 추모객들을 조롱하려는 의도는 없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청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남대표로 그 분의 위패를 모셔왔다"며 "모셔진 1200여명의 위패 가운데 계급이 가장 높은 분을 모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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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강경토벌 군인이 현충일 추념식 '경남 대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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