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연극반에 우정을 새기고 간 경미 조용조용한 성격에 꾸미지 않은 외모 때문에 배우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도전한 오디션에서 경미는 합격했고 연극반 일원이 됐죠.
굿플러스북
단원고 연극반의 열정과 우정을 새기고 간 경미 누구나 한번쯤 마음 속에서라도 꿈꿔본 직업이 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연극 무대에 서서 자신이 아닌 다른이의 인생을 경험한다는 거, 정말 멋진 일이죠. 고등학교 연극반은 그 꿈을 현실에서 만들고 싶던 아이들의 특별한 동아리죠. 말수도 적고 몸 치장에 별 관심이 없던 경미(단원고 2학년 9반 오경미)는 단원고 연극반에서 연극배우의 꿈을 키웠던 아이였어요.
조용조용한 성격에 꾸미지 않은 외모 때문에 배우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도전한 오디션에서 경미는 합격했고 연극반 일원이 됐죠. 하지만 말끝을 흐리고 깍듯하지 않다는 이유로 처음엔 선배들로부터 오해도 받았다고 해요. 경미도 선배들 앞에서 싹싹하게 구는 일이 수학문제 푸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니 말이죠. 나중에야 선배들은 경미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걸 이해했고 경미도 잘 적응했다고 합니다.
경미가 배우에 도전하게 된 첫 작품은 <일등급 인간>이었답니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인데요. 거기에서 경미는 인간의 등급을 올려주는 인간개조회사 사장 배역을 맡았다고 해요. 늘 바지만 입고 다니던 자신에게 사장 배역은 정말 딱 맞다고 생각했다는 군요.
무대에 선다는 것은 녹록지 않았어요. 걸어 나오는 동선부터 발목이 잡히는 거예요.
"걷는 게 이상해 나갔다 다시 들어와." 연출 선생님의 지적은 계속됐고 다른 배역을 맡은 아이들도 고단한 연습에 힘들어 했어요. 거기다가 경미는 술주정뱅이 회사원으로 등장하는 극 중 광고 주인공으로 1인 2역을 해야만 했다는 군요. 술 취해본 적 없는 경미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지요.
"술 취한 사람은 그렇게 걷지 않아.""눈을 더 게슴츠레 뜨고!"연습에 연습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이 지쳐가던 어느 일요일, 연출 선생님은 야외무대가 있는 동막골로 가자고 제안하셨죠. 소품과 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핑계였지만 선생님은 연습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거지요.
오랜만에 야외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직접 삼겹살을 구워주셨다고 해요. 옆에 있는 주말농장에서 싱싱한 채소를 얻어와 쌈도 싸먹고 정말 배불리 먹었던 연극반 아이들.
그런데 정말 재미난 일이 있었데요. 이웃 농장 아저씨가 "예술을 하려면 요 맛도 좀 알아야지, 자, 조금씩 맛만 봐라"하시고는 막걸리 한 잔을 따라 놓으신 거예요. 그걸 경미가 제일 먼저 마시고 아이들이 차례로 한 모금씩 마시며 한 순배 돌았는데 다시 경미가 한 모금 꿀꺽 들이키고는 "캬아아" 소리까지 내더랍니다.
그리고는 연거푸 몇 입 더 마시더니 일어나서는 비틀거리며 춤을 추듯이 걸어가더래요.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까르르 웃었다지요. 그리고 나서 경미는 술주정뱅이 연기를 실감나게 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