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ALS사회적협동조합 준비위원회 우수연 사무국장(왼쪽)과 손재학 관리이사(오른쪽)를 만나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한 휠체어 선물 운동을 들어봤다. ⓒ 박찬이
박찬이
의사소통은 눈동자로 가능하다.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ALS(운동 근육 신경 질환·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환우들을 돕기 위한 모임이 닻을 올렸다. 한국 ALS 사회적 협동조합 준비위원회가 그 주역이다. 협회를 찾아 루게릭병 환우들의 외출을 돕기 위한 휠체어 펀딩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관에서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받아주더라도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붙여야 합니다. 환자 가족이 80만 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해요. 많게는 200~300만 원까지 듭니다. 그나마 환우들이 가장 많은 인천의 모 병원에서도 간병인 한분이 4, 5명의 환우를 돌보고 있는 열악한 실정입니다." 우수연 사무국장의 말에서 국내 루게릭 병 환우들과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이 묻어난다. 환우들이 겪는 고통은 단지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루게릭병 환우들의 정신은 온전하다. 근육만 망가진다. 이 부분이 때로 더 큰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루게릭병 환우들을 돌보는 일은 대화가 안 되기 때문에 눈으로 의사소통해야 하거든요. 눈동자를 유심히 봐줘야 하는데, 가족이 아닌 남이 그런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다른 병에 비해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도 하지요." 우 사무국장이 덧붙인다. 이런 환우들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휠체어 전달 운동을 펼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최중증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기존 중증장애인보다 보조비를 시간당 680원을 더 주는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를 마련했어요. 한 달 391시간을 이용한다면 25만9천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루게릭 환우들에게도 반가운 제도입니다. 그런데 최중증 장애인으로 인정받으려면 440점이라는 산정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루게릭병 환우는 430점이에요. 10점이 모자라 최중증 장애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거죠." 손재학 관리이사의 설명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취지가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돕기 위한 것인데, 왜 루게릭병 환우들의 점수가 표준점수 440점에 미달할까?
"최중증 장애인 선정은 활동 지원 조사표에 따라 방문조사로 인정점수를 부여하는데요. 서비스 목적 중 이동지원을 하는 대목이 들어 있어요. 휠체어 타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정작 루게릭 병 환우들은 호흡기를 달아야 하기 때문에 기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이동지원이 불필요한 기존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될 뿐 최중증 장애인이 못 되는 거죠. 더 중증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손 이사의 부연설명에 정부가 조속히 나서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손 이사는 정부의 규정 개정을 기다리기에 앞서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의료기기 박람회를 찾아 얻은 지식과 루게릭병 환우를 돌보며 얻은 경험을 접목시켜 누울 수 있는 휠체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휠체어를 루게릭 병 환우들에게 보급해 최중증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루게릭 환우용 휠체어 보급운동이다.
"우선 환우들에게 바깥 공기를 쐬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이동할 수 있으면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거죠. 보급을 위해 조합준비위원회를 설립한 거죠. 시민들의 힘으로 환우들을 돕자는 취지예요. 자금 모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서 쉽지 않아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루게릭병 환우 가족이어서 환우에게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1주일에 한두 시간 내서 모이기도 어려워요. 시민들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합니다." 손 이사의 작은 희망이 큰 메아리로 울려 퍼져 루게릭병 환우들에게 밝은 소식으로 되돌아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