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때문에"... 의정부시장의 번지수 틀린 사과

[주장] '미2사단 창설 기념 콘서트 파행' 이유를 시민사회에 돌리는 시장, 문제 있다

등록 2017.06.13 21:42수정 2017.06.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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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포스터 의정부시는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이라는 주제로 6월 10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려 했으나 가수들의 불참으로 파행에 이르렀다.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포스터 의정부시는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이라는 주제로 6월 10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려 했으나 가수들의 불참으로 파행에 이르렀다. ⓒ 의정부시


지난 10일 의정부체육관에서 개최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요지는 '효순·미선 15주기를 앞두고 미2사단 창설 기념행사를 여는 것이 적절한가'였다. 이에 안병용 의정부시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안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행사 개최를 반대하는 일부 진보언론 및 시민단체의 공연 참여 가수들과 소속사에 대한 SNS상 인신공격성 악성 게시글과 개인별 비난 등으로 당일 오전까지도 출연을 확약했던 가수들이 결국 행사 직전 출연을 포기하게 되었고, 행사장에 도착한 가수들조차 공연은 하지 않고 사과만 하고 퇴장했다. 돌발 상황이긴 하나 계획된 행사를 원만히 진행하지 못한 점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a 콘서트 파행 향후대책 의정부시는 기자간담회 자료를 배포하며 향후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정부 시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콘서트 파행 향후대책 의정부시는 기자간담회 자료를 배포하며 향후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정부 시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 구진영


성명서를 읽다가 내용이 잘못됐는지 놀라 다시 읽어봤다. 안 시장은 의정부시민에게 콘서트를 강행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콘서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와 변명만 늘어놨다.

성명서를 보면 의정부시는 일부 진보언론과 시민단체들이 "2002년 미2사단 소속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 15주기'(13일)를 앞두고 시 예산으로 미군 위안잔치를 열지 말라"면서 비판을 했기 때문에 콘서트가 파행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말로 그 이유만으로 콘서트가 파행에 이른 걸까.

'미2사단 창설 기념 슈퍼콘서트' 파행 2가지 이유

a  안병용 의정부시장(가운데). 사진은 지난해 7월 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주한미군 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열린 2-8 기병대 부대기 수거식 당시 밴댈 미8군사령관(왼쪽)과 마틴 미2사단 및 한미연합사단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안병용 의정부시장(가운데). 사진은 지난해 7월 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주한미군 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열린 2-8 기병대 부대기 수거식 당시 밴댈 미8군사령관(왼쪽)과 마틴 미2사단 및 한미연합사단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안병용 시장은 "이번 행사는 52년간 의정부에 주둔해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한 미2사단이 내년 평택으로 이전을 앞둔 시점에서 감사의 표시이자 우정과 송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라면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일인 10월 26일이 바람직하지만, 지휘부 교체와 병력 이동 등을 고려한 미2사단 측의 요청으로 (콘서트 시기를)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콘서트가 파행으로 결론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첫째, 미2사단은 지금 당장 의정부를 떠나는 게 아니다. 미2사단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의정부를 떠난다(남아있는 주한미군 캠프 중 올해엔 2개 그리고 내년엔 나머지 1개가 평택으로 이전한다). 주둔 기간이 아직도 1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별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둘째, 미2사단 창설 100주년은 6월 10일이 아니라 10월 26일이다. 미2사단 측의 요청으로 6월 10일에 콘서트를 날짜를 잡았다고 하는데, 이때가 하필 효순·미선 사건 발생 기일을 앞두고 인근 지역 지자체(양주시)가 추모제를 하는 그 기간이었다. 미2사단에 대한 우정과 송별의 의미를 담아 콘서트를 열고 싶었다면 날짜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6월 10일 콘서트는 어땠을까? 의정부시는 2017년 1월 정례 브리핑에서 콘서트에 미군 3000명 정도가 참석해서 한미 우호를 다지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콘서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참석한 미군 병사는 불과 수십 명이었다고 한다(관련 기사 : <브릿지경제> 의정부시 미군잔치 '강행', 초대가수 불참 등 '파행'). 한미 우호를 다지기 위해, 의정부시가 미군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에 참석한 미군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시민사회에 책임 떠넘기는 의정부시장

a 콘서트 당일 피켓 시위 6월 10일 콘서트 당일, 시민 10여명이 콘서트 강행에 대해 항의 하고 있다.

콘서트 당일 피켓 시위 6월 10일 콘서트 당일, 시민 10여명이 콘서트 강행에 대해 항의 하고 있다. ⓒ 이의환 경전철 시민모임 정책국장


출연 예정 연예인들의 공연 취소는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만도 아니다. 콘서트 당일 현장에서 시위한 시민은 불과 10여 명이었다. 또한 의정부시는 12일 기자회견 당시 배포한 자료를 통해 페이스북 악성 댓글과 공식 팬카페 항의글 등을 콘서트 파행의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의정부시의 과도한 반응으로 보인다. 어떠한 시민단체도 단체 이름으로 기획사에 공식 항의서를 보낸 적이 없다. 의정부시는 개인이 작성한 댓글을 두고 시민사회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번 콘서트 파행의 원인은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이 아니다. 바로 부적절한 콘서트를 강행하려고 했던 의정부시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콘서트임을 인지해 시민단체는 목소리를 낸 것이고, 가수들이 불참했다. 게다가 미군도 불과 수십 명만 참석했다. 의정부시는 이 사실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의정부시민에게 사과해야 했다.

미2사단 그리고 한미 우호에 대한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안 시장은 지난 2월 의정부시 월례회의 당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행사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관련 기사 : 의정부시 미2사단 100주년 기념식에 트럼프 방한 추진... 성사 여부 관심). 이런 관심 때문에 미2사단 창설 기념 콘서트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도 강행된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콘서트는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

a 공식 사과 요청서 접수 의정부 시민모임인 버드나무포럼 김우성 위원장이 의정부 시장 공식 사과 요청서를 의정부시청 민원실에 접수하고 있다.

공식 사과 요청서 접수 의정부 시민모임인 버드나무포럼 김우성 위원장이 의정부 시장 공식 사과 요청서를 의정부시청 민원실에 접수하고 있다. ⓒ 김우성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시민들에게 '콘서트 강행'보다는 "행사를 원만히 진행하지 못했"음을 사과했다.

의정부 시민모임인 버드나무포럼은 이 사과를 제대로 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버드나무포럼은 오늘(13일) '의정부 시장은 이번 사건(미2사단 창설 기념 콘서트 파행)과 관련해 6월 20일까지 의정부 시민에게 공식 사과하라'는 요청서를 의정부시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의정부시가 이에 불응할 경우 법적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린다.
#의정부콘서트파행 #의정부시장사과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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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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