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금, 여기서 시작하자"

[낙동정맥 종주와 함께 삶의 즐거운 변화를 꾀하다 15]

등록 2017.06.19 15:44수정 2017.06.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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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는 불랫재에서 북진하여 벼슬재까지 종주한 다음 덕동마을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통점재에서 남진하여 벼슬재까지 온 뒤 또 다시 덕동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산줄기를 타고 올라가든, 아니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든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하산 지점에는 개울이 있거나, 아니면 민가가 있어 씻을 물을 얻을 수 있거나, 물이 있는 쪽으로 산행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땀에 젖은 몸을 씻어야 하니까요.


a  덕동마을 어느 집 담장 아래서 예쁜 꽃을 만났습니다. 이름은 분홍낮달맞이... 집에서 화초로 키우는 꽃인지 산이나 들에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덕동마을 어느 집 담장 아래서 예쁜 꽃을 만났습니다. 이름은 분홍낮달맞이... 집에서 화초로 키우는 꽃인지 산이나 들에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 배석근


지난번과 이번 산행의 하산 지점인 덕동마을은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이고 문화재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에 몸을 씻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하산 지점으로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산행 뒤에는 어떻게든 씻어야

땀에 절어 내려오는 여름 산행에서 산행 뒤 씻지 못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하산하는 곳에 물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2리터짜리 생수 페트병에 물을 담아 가기도 합니다. 그 정도의 물이면 아쉬운 대로 얼굴과 상체까지는 씻을 수 있습니다.

통점재라는 고개는 청송 중기리와 포항 상옥리를 잇는 고개입니다. 청송 쪽에 통점이라는 마을이 있어서 고개 이름도 통점재가 됐는데, 통점은 옛날에 나무로 통을 만들어서 파는 가게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통점재 고갯마루에 올라 산악회 버스에서 내린 뒤 남쪽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날도 흐리지만 짙은 녹음이 하늘을 가려 자연스럽게 햇볕을 피합니다. 바람도 어찌나 시원하게 불어 주는지 한 줄기 바람이 몸에 닿을 때마다 짜릿한 쾌감까지 느껴집니다. 해발 500m에서 800m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이지만 길도 그리 험하지 않습니다. 바위도 거의 없는 푸근한 육산이어서 오솔길을 걷는 안온함을 마음껏 즐기면서 걸어갑니다.


a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잠시 혼란스러울 때마다 이런 시그널이 갈 방향을 정확히 알려 주어 마음을 놓게 됩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잠시 혼란스러울 때마다 이런 시그널이 갈 방향을 정확히 알려 주어 마음을 놓게 됩니다. ⓒ 배석근


봄이 끝나고 여름으로 접어든 요즘 산에는 꽃이 귀합니다. 봄꽃은 부지런히 피어났다가 진 뒤 씨앗까지 다 날려 버리고 올해 할 일을 다 마쳤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면서 피어나는 꽃들은 아직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기린초


그나마 오늘 산행에서는 '기린초'라는 예쁜 들꽃을 몇 차례 만났습니다. 기린을 닮았다 하여 기린초인데, 여기서 기린은 아프리카에 사는 목이 긴 기린이 아닙니다. 용이나 봉황, 해태처럼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수컷이 기(麒)이고 암컷이 린(麟)입니다. 몸은 사슴을 닮았고, 꼬리는 소를, 그리고 다리는 말을 닮아 발굽까지 달려 있다고 합니다. 날개가 있어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털은 다섯 가지 빛깔을 띠었다 하니 꽤나 우아한 자태를 지녔을 것 같습니다.

a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환하게 반짝이는 기린초입니다. 가장자리에 부드러운 톱니가 달린 잎이 상상 속의 동물 기린의 뿔을 닮았다고 하여 기린초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도톰한 잎에 물을 저장하여 요즘 같은 심한 가뭄에서도 잘 견디며 꽃을 피워 냅니다.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환하게 반짝이는 기린초입니다. 가장자리에 부드러운 톱니가 달린 잎이 상상 속의 동물 기린의 뿔을 닮았다고 하여 기린초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도톰한 잎에 물을 저장하여 요즘 같은 심한 가뭄에서도 잘 견디며 꽃을 피워 냅니다. ⓒ 배석근


허구를 가지고 재미있는 소설을 엮어 내듯이, 선조들은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 가며 멋진 짐승 하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기린이라는 짐승은 머리에 뿔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기린초의 잎이 이 뿔을 닮아서 기린초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합니다. 기린초의 잎은 밥주걱 모양으로 길쭉한 편인데, 도톰하고 잎 가장자리에 그리 날카롭지 않은 톱니가 나 있습니다. 기린 이마에 달려 있다는 뿔 모양을 기린초 잎을 보면서 상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기린초는 양지에서는 물론 잘 자라지만 반쯤 그늘이 드리우는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꽃은 작고 노란색인데 여러 송이가 함께 모여 피어납니다. 그늘에 피어 있는 기린초 무리를 만나면 여름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은하수를 보는 듯 환한 느낌이 들면서 반갑기도 합니다.

아주 요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꼭꼭 숨어 피지도 않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한데 모여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우며 노는 것 같아 보는 이 마음도 활짝 펴지고 살짝 웃음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가뭄 심한 요즘 꽃도 안 피어

그런데 기린초는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처럼 척박한 땅이나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견디며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선인장처럼 도톰한 잎에 수분을 잔뜩 저장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으르거나 바쁜 이들이 기르기에 딱 좋은 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오랜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다른 꽃들은 바짝 마른 땅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지만, 물주머니를 차고 있는 기린초만 예쁜 꽃을 피워 올립니다. 다른 들꽃도 피어나도록 빨리 비가 좀 내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낙동정맥 15구간 종주
날짜 / 2017년 6월 10일 (토)
위치 / 경상북도 포항시, 청송군
날씨 / 흐리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음(산행 시간대 포항 기온은 20도 안팎)
산행 거리 / 15㎞
소요 시간 / 5시간
산행 코스(남진) / 통점재 → 가사령 → 성법령 → 사관령 → 벼슬재 → 덕동마을
함께한 산악회 / 기분 좋은 산행

a  여기가 낙동정맥 산줄기에서 팔공지맥과 보현지맥이 갈라져 나가는 지점입니다. 팔공지맥은 팔공산 같은 명산을 품으면서 120km를 뻗어 나가고, 보현지맥도 보현산 등으로 솟구치면서 170km 가까이 뻗어 나갑니다.

여기가 낙동정맥 산줄기에서 팔공지맥과 보현지맥이 갈라져 나가는 지점입니다. 팔공지맥은 팔공산 같은 명산을 품으면서 120km를 뻗어 나가고, 보현지맥도 보현산 등으로 솟구치면서 170km 가까이 뻗어 나갑니다. ⓒ 배석근


산길은 낙동정맥에서 보현지맥과 팔공지맥이 갈라져 나가는 지점에 이릅니다. 백두대간이라는, 우리나라의 등뼈를 이루는 가장 큰 산줄기에서 13개의 정맥(이중 남한에 9개)이 갈라져 나가고, 이 정맥에서 지맥이라는 작은 산줄기가 또 갈라져 나갑니다. 작은 산줄기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작지도 않습니다. 보현지맥은 낙동정맥에서 갈라진 뒤 보현산 등을 거치며 무려 170㎞ 가까이 뻗어 나가고, 팔공지맥도 팔공산 같은 명산을 품으면서 120㎞나 이어집니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 가운데는 백두대간과 9개 정맥 종주를 모두 마친 다음에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지맥을 하나씩 밟아 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남한 땅에 있는 지맥만 해도 100개가 훌쩍 넘는다고 하니 지맥 산행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과업이 될 것 같습니다.

핏줄처럼 구석구석 뻗어 나간 산줄기

산길은 벌목 지대를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선 뒤 가사령으로 뚝 떨어집니다. 가사령은 가사리와 상옥리를 잇는 고개인데, 두 마을 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입니다. 시 또는 군의 경계를 나누면서 도도하게 흘러가던 낙동정맥이 높이를 낮추고는 면과 면 사이도 아니고 면 안의 마을 사이를 옹색하게 지나갑니다.

a  남진하던 낙동정맥이 가사령으로 뚝 떨어지기 전 벌목 지대를 지나갑니다.

남진하던 낙동정맥이 가사령으로 뚝 떨어지기 전 벌목 지대를 지나갑니다. ⓒ 배석근


단체 산행을 하는 경우에는 산행 시작에 앞서 집행부에서 산행 마치는 시간을 정하여 알려 줍니다. 버스 출발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저처럼 산행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사람들은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남들이 10분 쉴 때 5분만 쉬고, 두 번 쉴 때 한 번만 쉬면서 떨어지는 속도를 만회해 가며 도착 시간을 맞춰 갑니다.

그러니 걸어가면서 어떤 풍경이나 꽃을 만날 때 사진을 찍을지 말지를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고 나서 얼마간 걸어가다가 '아까 그걸 찍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꼭 생깁니다. 그런 경우가 생기면 산행을 마칠 때까지 마음이 찜찜하고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서 찍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몸이 지치는 산행 길에서 왔던 길을 돌아가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엄청난 결단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a  걸음이 빠른 일행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10분 쉴 때 5분만 쉬고, 두 번 쉴 때 한 번만 쉬며 부지런히 가야 합니다.

걸음이 빠른 일행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10분 쉴 때 5분만 쉬고, 두 번 쉴 때 한 번만 쉬며 부지런히 가야 합니다. ⓒ 배석근


할지 말지 망설여지면 하는 쪽으로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판단해서 사진을 찍는 일입니다. 찍을지 말지 조금 망설여진다면 그냥 찍는 게 좋습니다.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도 아니니 필요 없다면 파일을 삭제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하루하루 생활해 가면서도 망설여지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됩니다. '할까, 말까'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아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고민을 하곤 합니다. 삶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제 스스로는 나름대로 변화를 지향하는 진보성이 강하다고 생각하여 '하자'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는 아무래도 보수성이 강해지는지 변화가 살짝 귀찮아지기도 하여 '말까…' 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은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하자' 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가족과 함께 맛있는 집 찾아가기
- 데면데면한 큰아들에게 말 걸기
- 경조사는 웬만하면 참석하기
- 달콤한 목소리의 가수 콘서트 관람하기
- 이색 박물관 구경하기
- 진보언론 후원하기
-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9개 정맥 다 오르기

하찮아 보이는 항목도 있겠지만 그 역시 제 삶을 아름답고 다채롭게 꾸며줄 귀중한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중요한 일을, 푸릇한 청년처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무궁무진해 보인다면 모를까, 이제 장년을 지나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떤 일이든 뒤로 미루면 그것은 기약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망설여질 때마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결심을 하곤 합니다.

"그래, 하자. 지금 하자."

결심 15 - 뒤로 미룰 시간이 없다... 지금, 여기서 시작하자

a  낙동정맥 산줄기가 구불구불 남쪽으로 이어집니다. 산줄기 너머로 지난번에 올랐던 침곡산 정상이 고개를 살짝 내밉니다.

낙동정맥 산줄기가 구불구불 남쪽으로 이어집니다. 산줄기 너머로 지난번에 올랐던 침곡산 정상이 고개를 살짝 내밉니다. ⓒ 배석근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지면 곧 내리막길이 시작될 것이고, 내리막길을 정신없이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니 오르막길이라 해서 마냥 힘든 것만은 아니고, 내리막길이라 해서 좋아할 것만도 아닙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차라리 올라갈 때가 속은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숨이 턱에 차서 깔딱 넘어가고 한 번 굽혀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오만 가지 인상을 다 쓰지만 그래도 곧 이 고난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힘을 얻고 위안을 얻게 됩니다. 애써 오르면서 저만큼 봉우리가 보일 때, 그러니까 봉우리가 50m쯤 남았을 때가 기분이 가장 상쾌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펴질 것 같지 않던 무릎도 다시금 기력을 얻습니다.

a  오늘 지나가는 산행 길에 고개는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지만, 봉우리는 그저 높이로만 자신을 나타낼 뿐입니다.

오늘 지나가는 산행 길에 고개는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지만, 봉우리는 그저 높이로만 자신을 나타낼 뿐입니다. ⓒ 배석근


이름 있는 고개와 이름 없는 봉우리

가사령에서 남진하여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립니다. 성법령 옆을 지나고 사관령을 지난 뒤 벼슬재까지 왔습니다. 오늘 산행 길에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통점재, 가사령, 성법령, 사관령, 벼슬재… 지나온 곳 지명이 재 아니면 령, 그러니까 모두 다 고개입니다. 고개 하나 지날 때마다 몇 개씩 넘은 봉우리에는 이름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개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산줄기를 넘어갈 때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수없이 닿으면서 고갯길이 됐고, 그 고개는 언제 누구에겐가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름을 얻은 뒤에는 고개를 넘나드는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 이름이 전해졌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고갯길을 걸어서 넘는 사람이 없으니 길은 풀밭으로 숲으로 묻혀 버리고 그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이름만은 오롯하게 남아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a  사람 다니는 길은 짐승이 다니는 길이기도 합니다. 짐승 똥을 들여다보니 동그란 씨앗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사람 다니는 길은 짐승이 다니는 길이기도 합니다. 짐승 똥을 들여다보니 동그란 씨앗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 배석근


반면에 봉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었습니다. 산짐승을 잡으려는 사냥꾼들이나 짐승을 정신없이 쫓다가 봉우리를 지나갔을지는 몰라도 나무 하는 나무꾼들도 힘들게 봉우리까지 오를 일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니 이름을 붙여 가면서까지 기억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지요.

벼슬아치 넘나들던 벼슬재

오늘 산행의 마지막 고개는 벼슬재입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벼슬 관(官) 자를 써서 관령으로 나와 있습니다. 벼슬을 얻은 이들이 금의환향하며 이 고개를 넘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고개 아래 덕동마을에 신라 때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무기를 만드는 곳이 있어서 벼슬아치들이 자주 넘나들었기 때문에 벼슬재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a  낙동정맥의 중간 지점 벼슬재입니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만나는 피재까지 227km, 남쪽으로는 남해바다와 만나는 부산 몰운대까지 223km입니다. 다른 안내판에는 거리가 좀 다르게 나와 있습니다.

낙동정맥의 중간 지점 벼슬재입니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만나는 피재까지 227km, 남쪽으로는 남해바다와 만나는 부산 몰운대까지 223km입니다. 다른 안내판에는 거리가 좀 다르게 나와 있습니다. ⓒ 배석근


a  <대동여지도>에서 보는 벼슬재입니다. 벼슬 관(官) 자를 써서 관령(官岺)으로 나와 있습니다.

<대동여지도>에서 보는 벼슬재입니다. 벼슬 관(官) 자를 써서 관령(官岺)으로 나와 있습니다. ⓒ 배석근


어쨌든 벼슬아치들이 팔자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었을 고갯길을 저는 종종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어 내려옵니다. 길은 널찍하고 편안합니다. 덕동마을 앞 계곡 물에서 세수를 하고 윗몸을 씻습니다.

먼저 하산하신 분이 함께 식사하자고 부릅니다. 거기에는 라면이 있고 막걸리가 있습니다. 산행 뒤에 먹는 라면과 땀을 쭉 흘린 뒤 단숨에 들이켜는 막걸리 한 잔은 우리를 열반에 들게 합니다. 사실은 그 맛에 산행한다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기, 승, 전, 먹기입니다. 모임, 행사, 여행, 산행... 그 무엇이든 모든 이벤트는 결국 먹는 걸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낙동정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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