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거짓말과 경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

[취중진담] 창원중부경찰서 보안계장, '도청 직원'이라 하다 들통

등록 2017.07.03 09:26수정 2017.07.03 09:26
0
원고료로 응원
6월 29일 오전 11시30분, 경남도청 브리핑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상임대표 김영만)와 경남진보연합(대표 하원오)이 '평양시민' 김련희(47)씨와 함께 '송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기자회견 도중 잠시 소동이 벌어졌다. 박종철 경남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 도중 휴대전화로 기자회견을 촬영하는 한 사람한테 "실례한다. 처음 보는데, 어느 언론사 소속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목 받았던 그 사람은 "경남도청 직원이다"고 말했다. 그 대답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실랑이는 브리핑실 밖에서 벌어졌다. 경남도청 왼쪽 현관 앞에서 황철하 6·15경남본부 집행위원장이 경남도청 직원이라고 말한 사람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내 신분을 밝혔으니 당신 신분도 밝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응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은 공개된 자리 아니냐. 왜 신분을 밝혀야 하느냐"고 따졌다.

경남도청 마당과 중앙현관 앞, 그리고 경남도청과 붙어 있는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까지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로 막말이 오고 가면서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되었다.

확인 결과, 그는 '경남도청 직원'이 아니었다. 경찰관이 민간인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는 '경남도청 직원'이 아니라 창원중부경찰서 보안계장이었다.


창원중부경찰서 보안계장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진보단체의 기자회견장을 동영상 촬영했던 것이다. 신분을 밝혀달라고 하자 그는 거짓말로 '경남도청 직원'이라고까지 했다.

그가 창원중부경찰서 보안계장이라는 사실은 그날 오후 4시경 밝혀졌다.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가 "우리 직원이 맞다"고 경남진보연합측에 알린 것이다.


결국 해당 경찰관은 거짓말을 했고, 경찰은 자기 식구 감싸기를 한 꼴이 됐다. 경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는 두 번이나 있었다.

경남도청 마당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창원중부경찰서 소속 신월지구대가 출동했다. 신월지구대 경찰관이 경남지방경찰청 앞 쪽으로 걸어가면서 신원을 확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남진보연합은 그 사람이 경찰관이 아니라 다른 정보기관 요원인 줄 알았다.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 신월지구대 경찰관은 보안계장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가 물어도 신월지구대 경찰관은 "개인정보이기에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경남진보연합은 "그 사람이 신분을 속이고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주장했지만, 신월지구대 경찰관은 "신원 확인을 했다"며 돌려보냈다.

보안계장이 가고 난 뒤, 창원중부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들이 왔다. 경남진보연합 회원이 휴대전화로 찍은 보안계장의 얼굴을 보여 주었더니, 정보과 소속 경찰관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6.15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이 29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평양시민' 김련희씨와 북해외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창원중부경찰서 보안계장이 '경남도청 직원'을 사칭해 동양상 촬영하다 들켜 실랑이가 벌어졌다.

6.15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이 29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평양시민' 김련희씨와 북해외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창원중부경찰서 보안계장이 '경남도청 직원'을 사칭해 동양상 촬영하다 들켜 실랑이가 벌어졌다. ⓒ 윤성효


다음 날 해당 경찰서장이 사과했다. 김희규 창원중부경찰서장은 지난 6월 30일 오후, 경찰서장실을 찾은 김영만 대표와 하원오 대표 등을 만나 사과하고, 보안계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규 서장은 "부적절한 업무 형태를 보였다. 깊이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날 경남진보연합은 김희규 서장한테 해당 보안계장의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김 서장은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김영만 대표는 "당장 인사조치를 하라고 했다. 우리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자회견과 경남지방경찰청 방문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할 것"이라 밝혔다.

김 대표는 "경찰서 보안과는 탈북자를 담당하는 부서로, 보안계장이 당시 하는 형태를 볼 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관 #창원중부경찰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