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이언주 의원 망언 규탄 및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도을순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장이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명문대에 진학해 배운 프랑스 문학과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익힌 법 지식은 그저 수많은 '동네 아줌마들', '미친 ×들'과 자신을 구분 짓는 기준일 뿐이다. 그것이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자신의 핑크빛 미래를 보장해 준 수단이었을지는 몰라도, 정작 공동체를 위해선 쓰이지 못하는 껍데기에 불과했던 셈이다. 하긴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들이 처한 위치에 서본 적이 없는 이에게 과한 기대인지도 모르겠다.
지난겨울, 명색이 야당의 젊은 국회의원으로서 차가운 아스팔트 광장에서 촛불을 함께 들고 적폐 청산을 부르짖었던 그가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절어있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스스로가 청산되어야 할 '적폐'인데, 그 입으로 뻔뻔하게 '적폐 청산'을 외친 셈이다. 지금껏 그가 누구를 변호해왔으며, 누구의 이익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해왔는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교육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저 학교에서 교과수업을 받고 시험을 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을 교육의 전부인 양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공부가 학생의 가장 중요한 본분이라는 점에 누가 토를 달까마는, 교과 성적이 학교교육의 전부일 리는 없다. 교육은 교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도서관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나아가 급식소에서도 교육은 일어난다.
참고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을 선생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있다. 다른 학년, 교과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교무실무사와 행정실 직원, 심지어 급식소와 매점에서 일하시는 분들까지도 모두 아이들의 선생님이다. 이따금 부러 이모와 어머니로 부르는 아이가 있긴 하지만, 그처럼 '아줌마'라는 호칭을 쓰는 경우는 없다.
그것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어른들 모두가 '교육자'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담당하고 있는 노동의 종류만 다를 뿐, 학교교육에서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설령 수업시간 교과서를 통해서 배울 수 없다고 해도, 학교의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소중한 교육 아니겠는가.
구성원의 자존감 훼손된 곳에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머지않은 미래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아이들 중에는 교사가 되는 경우도 있을 테지만, 더러는 행정실 직원이 되고, 다시 급식소나 매점에서 자식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과거 아이들로부터 선생님이라 불리며 교사들과 더불어 학교교육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들이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구성원의 자존감이 훼손된 곳에서는 결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진정한 사과 대신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의 추한 뒷모습을 보면서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는 사명감이 드는 이유다.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전에, 1년 365일 하루 열네다섯 시간을 죽어라 공부시킨 끝에 그와 같은 이들을 길러낸 고등학교부터 반성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지성의 요람이요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또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성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전국의 고등학교에는 미래의 '이언주'들이 엘리트라는 찬사와 주목을 받으며 바늘구멍 명문대를 향해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의 이언주 의원이 거쳐 간 꽃길을 꿈꾸며 오늘도 밤늦도록 책과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한 명의 엘리트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설파했다지만, 그 말을 좌우명 삼은 이 땅의 수많은 '이언주'들은 시나브로 특권의식을 당연시하게 됐다.
애먼 아이들의 학생부를 들여다보았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의 과목별 성적표가 맨 먼저 눈에 띄었을 텐데, 이젠 자꾸만 다른 영역으로 눈길이 간다. 재능이 무엇인지보다 과연 사회적 약자에게 공감할 줄 아는 아이인지 먼저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혹시 학생부가 아이들의 '진면목'과는 거리가 먼 낯 뜨거운 기록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살펴보게 된다. 더 이상 이언주 의원 같은 '엘리트'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5
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공유하기
노동에 등 돌린 교육, '엄친딸'은 어쩌다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