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하늘도 고맙고, 농사지은 당신도 고맙고..."

등록 2017.07.15 10:09수정 2017.07.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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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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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고맙고, 농사지은 당신도 고맙고..."


장마가 숨을 고르는 사이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한낮엔 찌는 듯한 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에 찹니다.

가마솥 같은 여름날. 갈증 나고 땀 많이 나는 요즘, 수박보다 더 좋은 과일이 있을까요?

"여보, 우리 수박 이제는 익지 않았을까?"
"글쎄, 도통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한 통 따봅시다!"
"아깝지는 않으나, 맹탕을 딸까 그렇지!"
"두들겨보고, 꼭지도 보고, 배꼽도 보고..."


우리는 두 차례 수박을 따봤는데, 설익은 것을 딴 통에 수박 따는 게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나는 수박밭으로 갔습니다. 한 판지 심어놓은 밭에 숱하게 달렸습니다. 며칠 새 꽤 굵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설익은 거 따면 어쩌나? 잎사귀 사이 드러난 것들을 하나하나 귀를 쫑긋 세우고 두들겨 봅니다.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게 많습니다. 잘 익은 것을 골라야 하는데...

이것저것 두들겨 보다가 여느 수박과는 달리 경쾌한 소리를 내는 놈이 있습니다. 통통통 맑은소리가 납니다.


"여보, 당신도 이거 한 번 두들겨 봐!"

아내도 두들겨봅니다. 입가 미소가 번집니다. 틀림없이 익었다는 표정입니다.

"꼭지부분도 들어가고, 배꼽도 들어간 거 보니까 잘 익었을 것 같아! 익은 수박 고르는 거 이제 감이 오네!"

우리는 점찍은 수박을 과감하게 땄습니다. 줄무늬 때깔도 좋고, 들어 올린 무게도 묵직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박 배를 가를 차례. 아내가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을 대봅니다. 쩌억 소리와 함께 갈라진 수박을 보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세상에나! 색깔도 빨갛고, 씨도 까맣네! 이렇게 잘 익을 수가! 하늘도 땅도 고맙고, 농사지은 당신도 고맙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운데 맛있는 부분을 쏘옥 파서 아내는 내게 한입 건넵니다. 맛이 정말 달고 시원합니다.

아마추어 농사꾼이 수박 몇 그루 심어 거두는 기쁨이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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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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