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교단 이대위 모임이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심사와 관련해 내놓은 의견서. 의견서는 임 목사가 퀴어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를 위해 기도한 일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지유석
예측가능한 결론낸 이대위 모임이대위 모임의 결론은 보수 기독교계가 성소수자, 동성결혼 등의 쟁점에 대해 제기했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의견서 결론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정통 교회는 성경의 말씀에 따라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을 임보라 목사는 교회가 성소수자들에 대하여 '성서를 흉기로 휘두르고 있다'고 표현하며, 정통 기독교가 핵심적인 복음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임보라 목사 자신이며, 하나님의 진리에 대항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이 동성애를 가증한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략) 임보라 목사는 정통 기독교가 성경 말씀에 따라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에 급급한 기독교인들'이라고 비판한다. '교회가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하여 애꿎은 동성애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죄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동성애자들과 대화해 보면 동성애자들이 이런 왜곡된 논리로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다." "임보라 목사는 동성 가족을 사회적 약자로 정의하여 정상적인 가정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동성애와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이대위 모임의 주장은 분명하다. 동성애는 성서가 규정한 죄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임 목사가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를 축복한 행위 역시 '성경의 가르침을 거스른 배교 행위'라고 판단했다.
동성애가 인권이 아닌 죄악?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대위 모임이 동성애를 인권이 아닌 죄악으로 규정한 데 대해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상임이사는 29일 오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는 국제사회나 관련 기관에서 이미 존재를 인정했다. 세계보건기구는 1990년 5월 17일 '의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언하며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유엔의 경우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했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공식 문건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에도 '성 소수자를 포함한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수차례 권고했다. 성소수자를 죄라고 함부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이대위 모임이 성서를 근거로 들이대며 '동성애를 죄'로 못 박은 데 대해서도 반론은 만만치 않다. 대한성공회 김종훈 자캐오 신부의 말이다.
"성서는 어떤 대목은 하나의 해석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대목은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마치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정답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게 성서 왜곡 아닌가? 이대위 모임 주장에 따라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문자 그대로 해석할 수는 있다. 그렇다해도 성서에 기록된 동성애가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인가? 성서에 기록된 과부와 고아가 현대적 개념과 같을 수는 있다. 그러나 맥락은 다르다. 동성애도 이와 똑같다. 이대위 모임의 결론대로라면 몇 천년의 시간을 한 번에 뛰어넘는 건데, 그런 성서해석이 어디있는가?"한국 최초로 성소수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교회인 로뎀나무그늘교회 박진영 목사도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이대위 모임의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박 목사의 말이다.
"성서를 근거로 동성애를 죄라고 전제하면 성소수자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모든 활동이 죄로 보일 수밖에는 없다. 따라서 하나님 사랑이나 자비 같은 덕목들이 들어설 공간은 없어진다. 예수께선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죄로 바라본다면 사랑을 실천할 수 없다. 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참으로 안타깝다."익명을 요구한 A 목사 역시 "보수 교단의 문자주의를 비판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건 개혁 진영에 속한 신학자들이 다 하는 일인데 임 목사만 찍어 이단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자신들만 빼고 다 이단이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과 별개로 의견서 전반을 살펴보면 '짜맞추기식' 결론에 도달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일부 대목은 여성주의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견서는 임 보라 목사가 2011년 2월 예수목회세미나에서 한 설교 중 일부를 문제삼았다. 문제 삼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그래서 우리의 목회 현장이라는 것은 잃어버리거나 놓치고 있는 여성 하나님, 여성 야훼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의견서는 이 대목을 적시하면서 "'여성 야훼'라는 개념이 성경에 없고, 성경의 하나님에 대한 개념을 심히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목사는 30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심경을 전해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경을 여성주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설교 내용을 오독했다는 것이다.
일단 임 목사가 속한 기장 교단은 일체의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교단 쪽 관계자는 "우리 교단은 이대위 모임을 임의단체로 보고 있고 따라서 이들의 입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