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에 참석했다.
김예지
"오늘 국회의원 분들 오셨으니까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같이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지 않기를, 인권이 지켜지기를. '저 사람은 가족이니까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예요'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많이 노력해줬으면 좋겠습니다."미국의 가정폭력·살인사건과 그 해결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관객들은 한국의 현실을 떠올렸다. 관객들은 무대에 앉은 두 국회의원을 향해 가정폭력, 문화예술계 성폭력, 학내 성희롱 등 다양한 젠더폭력 문제에 관해 물었다.
정춘숙·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에 참석했다. 두 의원은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한 다큐멘터리 <뼈아픈 진실>(Home Truth, 2017, 감독 카티아 매과이어·에이프릴 헤이스)을 보고,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영화 상영 후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의 사회로 약 40여 분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두 의원은 관객들이 증언한 젠더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법의 제·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뼈아픈 진실>은 가정폭력·살인사건의 피해자가 국가에 책임을 묻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999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가정폭력 혐의로 가족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던 한 남성이 세 딸을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다큐멘터리 속 사건은 한국의 현실과 겹친다. 지난 2016년, 한국에선 협의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전 남편이 아내와 자녀 2명을 찾아가 불을 지르는 일이 벌어졌다. 올 7월엔 '부인이 집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에 출동한 소방관이 가정폭력을 의심하고 경찰에 알렸지만, 출동한 경찰이 남편의 진술만 듣고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가정폭력 등 젠더폭력이 여전히 '사적인 문제'로 취급되고, 국가가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는 현실이 드러난 사례다.
실제 이날 표창원 의원은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 소송을 제기한 여성이 전 남편에게 스토킹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살해 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여전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보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다스리고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정폭력 뿐만 아니라, 사이버 성폭력을 신고하면 경찰이 피해자에게 증거를 찾아오라고 말한다"며 "경찰관의 업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이 실제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현장으로 가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공권력의 주류가 남성인 현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춘숙 의원도 "지난 7월 (가정폭력 문제와 관련해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다녀왔는데, 미국은 기본적으로 체포 의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 특례법 전면 개정을 준비중인데, 잘 안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사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계속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나'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