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해변에는 해안사구가 쓸려 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말뚝들을 촘촘히 박아놓았습니다. 이런 시설물 때문에 해안사구가 보존되는 것인가 봅니다.
김학현
무엇보다 삼봉과 기지포를 거쳐 안면해수욕장과 두여해변까지 연결되는 긴 해안사구는 안면도의 자랑입니다. 물론 이곳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개발되지 않은 안면도의 해변은 거의 폭이 좁긴 하지만 해안사구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삼봉에서 두여까지 죽 이어져 있습니다.
안면도에 해안사구가 있어? 내가 삼봉에서 안면해수욕장으로 연결 된 사구지역을 걸으며 했던 질문입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글을 대하기 전에 안면도에 해안사구가 있다는 것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 '해안사구' 하면 태안 원북면의 신두리 해안사구를 떠올릴 겁니다. 한 번은 가 볼만한 멋진 곳입니다. 모래 언덕의 길이가 약 3.4㎞, 폭은 약 200m에서 최대 1.3㎞ 정도에 이르니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안사구죠. 신두리 해변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2002년에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더 유명합니다.
그런데 신두리 해안사구 못지않은 해안사구가 안면도에 있답니다. 삼봉과 기지포의 해안사구는 잘 어울리는 무장애 산책로가 해안 쪽으로는 해안사구 자연관찰로로 조성되어 있답니다. 관찰로를 따라 해안사구에 어떤 식물이 사는지, 어떤 동물이 사는지 구간마다 친절하게 안내표지판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지포 주변 해안사구는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완두, 갯쇠보리, 갯그렁, 갯메꽃, 순비기나무, 갯방풍, 모래지치 등의 식물과 멸종위기종인 동물 표범장지뱀의 서식지랍니다. 안면도의 해안사구는 2013년 전사구지대 확장 및 식생매트를 설치해 복원함으로 오늘과 같은 형태가 된 겁니다.
삼봉해변에는 해안사구가 쓸려 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말뚝들을 촘촘히 박아놓았습니다. 이런 시설물 때문에 해안사구가 보존되는 것인가 봅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해안이 모레가 자꾸 유실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무슨 시설을 하면 할수록 더 쓸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꽃지해수욕장의 경우 축대와 도로포장이 되어 있는데, 모레는 자꾸 쓸려나간답니다.
삼봉해변에서 안면해변까지는 이런 시설들이 없거든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둘 때 해안사구도 발달하는 것 같아요. 해안사구에는 무엇보다 곰솔이 많이 자랍니다. 바닷가 쪽으로는 키 작은 곰솔이 무성하고요, 육지 쪽으로는 좀 자란 곰솔들이 죽죽 뻗어 키 자랑을 합니다.
안면도 해변길의 숲길은 대부분 이 곰솔 군락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내가 걷는 숲길은 대부분 곰솔 밭이랍니다. 곰솔은 해송을 말하죠. 이와 대조되는 소나무는 육송입니다. 소위 적송이라고도 하는데, 안면도에서는 안면송이라고 합니다. 안면도 수목원에 많이 자라죠.
소나무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유유자적함으로 해안사구를 두르며 걷습니다. 말을 줄여야겠다, 남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아집을 버려야겠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