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속초 완벽한 날들 전경
조현욱
주인장이 산 책에 서점 이름이 찍힌 도장을 찍고 노란 종이봉투에 담아주었다. 나는 내가 고른 책만큼은 따로 종이봉투에 넣어달라고 말해서 그걸 꼭 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치킨을 먹는 날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내가 고른 책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가 매주 수요일마다 하늘색 이동도서관 버스가 동네의 한 귀퉁이 나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동도서관은 나에게 마법 세계와도 같았다. 새 책은 아빠 월급날에만 한 권씩 가질 수 있었는데, 그 버스는 버스 한 가득 의자 대신 책들로 채워져 있었고 또 5권이나 되는 책을 빌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나는 공휴일과 주말에 쉬지 못한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를 기다렸다. 참 설렜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대학생이던 시절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내일로 기차여행'을 가기로 했다. 29살, 우리의 이번 기차여행의 목표는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은 먼 곳으로 떠나자"였다.
전라도 끝자락에 사는 나와 내 친구는 강릉, 속초 같은 장소에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강원도는 다시 못 올지 모르니, 우리 더 많은 곳을 들러보자" 도착한 장소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계속 다음 갈 곳을 고민하느라 지쳐있었다. 이렇게 지쳐있던 우리의 여행을 바꾸어 준 것이 바로, 속초 터미널의 한갓진 골목에 있는 작은 서점 '완벽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