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때 '세월호 최초보고' 내용까지 조작해 제출

보고 시각 조작뿐 아니라 내용도 시간에 맞춰 수정

등록 2017.10.13 21:21수정 2017.10.1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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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식

[기사수정 : 오후 11시 40분]

탄핵심판 당시 박근혜 대통령 측이 세월호 침몰 최초 보고 시점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조작된 자료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1월 1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아래 답변서)을 제출했다. 재판부가 박 대통령 쪽에 '세월호 7시간' 행적 제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답변서에는 2014년 4월 1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최초의 보고서인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 號)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 中(1보)>(아래 보고서)가 첨부됐다.

보고서를 보면, 대통령 보고 시각 조작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조작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뿐 아니라 내용도 조작됐다

12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고서의 대통령 보고 시각이 조작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발생 6개월 뒤인 2014년 10월 보고서의 대통령 보고 시각이 당초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바뀐 것이다.


임종석 실장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제목 아래 '일시 : 2014. 4. 16(수) 08:35경', '장소 : 전남 진도 서남방 30km 해상'이라는 내용만 담겼다.

다만, 청와대 쪽은 "보고서의 다른 내용을 가렸다. 대통령기록물일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 전체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보고 시각만 바꿨고, 내용은 조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2017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일시, 장소뿐만 아니라 사고선박, 경위, 피해사항, 조치현황까지 담겼다. 또한 상황발생 지점을 보여주는 지도까지 표시돼 있다.

대리인단은 답변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대별 행적을 나열하면서 첫 보고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사고 상황 및 조치 현황 보고서(1보) 받아서 검토"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 내용은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했다.

'피청구인은 10:00경 국가안보실로부터 08:58 세월호 침수 사고에 대해 처음 서면보고를 받았고, 서면보고 내용은 사고 원인, 피해 상황 및 구조상황이었습니다. 구조상황은 56명이 구조되었고, 09:00 해군함 5척, 해경함 4척, 항공기 5대가 현장에 이동했으며, 09:35 상선 3척, 해경함 1척, 항공기 2대가 추가로 현장 도착해서 구조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대통령 보고 시각은 9시 30분이기 때문에, '9:35 상선 3척, 해경함 1척, 항공기 2대가 추가로 현장 도착해서 구조중'이라는 내용은 최초의 보고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보고서 내용 중 단원고 2학년 수학여행객 다수가 포함됐다는 부분은 오전 9시 30분 이전 해경 보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또한 최초 보고서의 내용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쪽은 보고 시각과 내용을 조작한 보고서를 헌재에 제출한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박 대통령을 파면하면서도, 부실한 세월호 참사 대응은 파면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

"탄핵심판에서 헌재 권한행사 방해, 헌법 유린 행위"

최초 보고시각을 조작했던 청와대가 탄핵심판에 임하면서 보고내용까지 부풀린 자료를 제출한 것은, 탄핵심판 청구 사유 중 하나였던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인 걸로 보인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특조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 어떠한 자료를 내놓지 않았고, 탄핵 심판 때는 문건을 조작해 제출했다.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제2기 특조위를 마련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가 자신의 무능함을 가리기 위해서 아주 교묘하고 계획적으로 문건을 조작하고 숨기고 또 진실규명을 방해했다"면서 "나라의 운명이 걸린 탄핵 심판에서 허위의 공문서를 제출해 헌법재판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은 헌법을 유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단순히 공문서 변조 이상의 엄청난 범죄로, 심하게 말하는 내란에 준하는 행위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면서 "보고서의 내용이 제대로 헌재에 제출됐다면, 파면 사유에 세월호 참사 대응 문제가 반드시 들어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문건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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