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의원은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도한 징병제에서 찾았다.
남소연
- 국방부에서 순직으로 인정받고도 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는 물론 일반적 상식을 가진 이들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심사절차, 선정기준, 보훈연금 지급 기준에 이르기까지, 국방부와 보훈처 사이의 책임 전가나 직무유기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최근에 국가의 보훈 예산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를 1차로 분리했다(이전에는 국가유공자 제도만 있었음). 이게 박승춘 전 보훈처장 재임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국가유공자는 되기 어렵지만, 보훈보상대상자는 심사절차를 약간 쉽게 만듦으로써 얼핏 보면 상당한 시혜를 베푼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사람을 배제하거나 인생의 실패자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모두 국가의 재정여건이란 명분 아래에 이뤄지고 있다. 결국 '돈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를 따져 볼 문제다."
- 행여 하늘의 별을 따더라도, 정신적 어려움과 관련된 서비스는 거의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일반 근로자의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재처리가 돼서 공단에서 치료비나 여러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사용자 측에서 위로금을 지급하고, 여러 대책을 제시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일반 사회에서도 이럴진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직군인 군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산재처리와 같은 방식이 아닌 국방예산 일부에서 위로금이 나가는 정도다. 아니면 군인복지기금에서 추가로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소액을 지급한다. 그마저도 부족하면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모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한다.
당사자 처지에서 보면 턱없이 부족하거나, 매우 박한 대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이 있음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냉전 시절 발생한 많은 참전용사가 존재하는데, 정부는 이들을 방치했던 문제가 드러날까 두려워한다. 사실상 '국가의 원죄가 드러나느냐, 마냐'의 이데올로기 문제인 것이다. 국가에 헌신한 사람에게 마땅한 대우를 내리는 것은 국가 존립의 정당성과도 연결된다."
"우리 군의 이데올로기=나치 이론"-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군 피해자치유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사건 초기의 긴급 대응 지원, 의료 지원, 법률 지원, 사회적 지원 제공 등의 역할을 부여한다고 공약했다. 특히 '사건 초기의 긴급 대응 지원'에 눈길이 간다. 여러 유족을 만나보니, 사건 초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현재의 삶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가장 중요한 점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것으로부터 차단돼 있다. 군의 높은 장벽 때문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국가를 적대시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게 된다. 정보가 투명하게 처리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문제가 처리하도록 배려하는 국가의 장치가 있다면 초기 대응에 실패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진실 접근을 두려워하는 군과 군의 사법 체계가 그것을 가로막는 현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그러면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 억울하다'와 같은 모멸감의 정서가 피해자에게 형성된다. 그때부터는 사실상 치유가 어려워진다. 자식이 죽은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국가로부터 푸대접을 받은 것 아닌가. '군대에서의 죽음은 개죽음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다. 사고 이후의 법적, 행정적, 정신적 치유 등의 절차가 빈틈없이, 촘촘히 마련돼야 하지만 이런 것도 초기 진상 규명에 실패하면 다 실패해 버린다."
- 사고 초기 대응은 어디에 맡겨야 할까. 현재 피해자들은 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현재 군의 사법체계에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을 군대 권력이 다 갖고 있는데 특히 군사법원은 수사, 기소, 재판을 한 명의 지휘관이 다 담당한다. 군에서의 사법권은 하위 권력일 뿐이고 이를 통제하는 별도의 지휘권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명령체계가 존재하는 한 군에서의 사법절차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2014년 일어났던 윤 일병 사망 사건이다(관련 기사 :
"'저 사람 윤 일병 엄마야', 손가락질이 두려워요"). 초기 사망 원인을 기도폐쇄라고 엉뚱하게 발표하고 유족들의 수사 자료 접근을 일체 차단했다. 상당 부분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은폐가 자행됐다. 군 사법체계의 총체적 모순덩어리를 보여준 사례였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과연 피해자들이 군을 신뢰할 수 있겠나. 군 사법제도를 바꾸고, 외부기관에 의한 군 감시 시스템이 갖춰져야 사고 초기 대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군 트라우마센터를 거론했다. 어떤 문제의식이었나."총선 때 공약으로 냈었고, 그것의 필요성이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을 통해 많이 확산돼 있는 상태였다. 나는 정치적으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 군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되기 위해선 우선 사실상 수용소 개념으로 운영되는 그린캠프 제도(복무 부적응자 등을 관리하기 위해 군대 안에 설치한 프로그램)가 하루 속히 폐지돼야 한다. 그린캠프는 명백한 수용소인데 군에서는 이를 치유 기능이라고 이야기한다. 군은 그들 표현대로 시한폭탄과 같은 부적응자를 야전에서 제거하기 급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그린캠프다. 연간 3000명이 넘는 장병이 이곳에 간다. 그런데 오히려 문제가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퇴소하는 인원이라도 다시 부대로 돌려보내지 못한다."
- 수용소라고 표현할 정도인가."저는 수용소라고 본다. 일부 치유 기능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그린캠프에 들어가면 1주일이고, 2주일이고 매번 똑같은 것들을 반복한다. 그 때문에 군 트라우마센터와 같은 치유 기능을 지닌 기관을 제대로 만들어 장병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돼야 한다. 특히 군 외부에 만들어져야 한다. 군에서 운영하면 가해자 집단이 치유센터를 운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
- 하지만 군은 외부에 무언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과거 윤 일병 사건 후, 군 옴부즈맨제도 등 재발 방지 대책 역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우리) 군이 가진 이데올로기는 이러하다. '군은 예외적 집단이고 오염된 사회와는 달리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보호받아야 할 집단이다. 그래서 외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아선 안 된다.' 이러한 민간과 매우 괴리된 군사 예외적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국민적 요구사항이 있어도 수용할 수 없다. 군은 특수한 집단이다'라는 것을 특수권력관계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나치가 발명한 이론이고 군국주의에서나 신봉되는 이데올로기다. 기본권 제한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전근대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반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반권력관계 이론이 통용된다. 즉 '군인도 제복을 입은 시민이다'라는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군대가 존재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군은 발상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또한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군 문제에 해결을 위한) 대부분의 제안이 좌초하고 만다."
"군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