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향한 김종대의 일갈, "치유? 그린캠프는 수용소"

[군대·죽음·상처-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⑪] 군 외부 '트라우마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등록 2017.11.20 13:43수정 2017.12.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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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군 트라우마센터' 필요성을 제기했다. 군이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여기는 군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건강 분야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군 트라우마센터' 필요성을 제기했다. 군이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여기는 군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건강 분야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남소연

김종대 의원 "징병제라면 군 피해자, 국가가 무한책임 져야" ⓒ 안정호


2016년 7월 5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생애 첫 국회 대정부질문. 김 의원은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한민구 전 장관을 불러 '윤 일병 사건'과 관련된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한 전 장관의 표현 하나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탁 느껴"졌다.

"군은 64만의 병력이 들어와서 복무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많은 장병들은 또 보람을 느끼면서 인격이나 인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근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작은 것을 갖고 전체를 문제시하면 안 됩니다." -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김 의원은 곧장 "지금 작은 거라고 말씀하셨습니까?"라고 쏘아붙였다. 곧장 "작다고 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라며 몸을 낮춘 한 전 장관의 태도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김 의원은 당시를 "한 전 장관의 답변은 절대 말실수가 아니었다. 평소 생각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제가 알고 있는 군의 고위 장교들이라면 (모두 한 전 장관과)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국회 등원한 후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그때마다 돌아오는 이야기는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할 의원님이 왜 사소한, 지엽적인 문제까지 거론하시냐'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군 트라우마센터' 필요성을 제기했다. 군이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여기는 군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건강 분야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군 피해자치유센터' 공약을 내세우는 데 김 의원의 역할이 컸다.

현재 김 의원은 "(모든 분야의) 트라우마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안전의 일환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을 공약한 바 있는데, 당시 '한 수 뺐겼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공약이었다"라며 하루속히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김 의원과 <오마이뉴스>가 나눈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김 의원은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도한 징병제에서 찾았다. 또한 사고 초기의 긴급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군 사법체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살인적 징병 비율"


- 1년에 군에서 죽거나 다쳐서 전역하는 인원이 대략 1700명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군 복무 부적응 등으로 고통받는 인원도 상당하다. 이들의 가족까지를 더해 '군 피해자'라고 할 때, 군 피해자들을 위로·치유·보상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국방부의 순직 및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제도)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군 피해자에 대한 치유 및 보상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일차적으로 무리한 징집에 원인이 있다. 1980년대 한창 인구 사정이 좋았을 때, 대략 현역 입대 비율이 징병 대상자의 51%였다. 근데 지금은 87%에 육박한다. 인구절벽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그 비율이 90%에 접근해 2020년엔 91%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이는 부적응자 내지는 약자, 즉 신체·심리적인 이유로 군대에서 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인원들까지 마구잡이로 징집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징병제가 일반화된 나라라도 징집 비율이 76%를 넘어선 안 된다. '그 수치를 넘어서면 군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90%에 가까운 수치는 살인적인 비율이다. 이렇게 징집한 이상 아무리 부대관리를 잘해도 피해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때문에 무리한 징집을 통해 발생한 피해는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리한 징병제하에서 입대한 사람이 피해를 보았을 경우, 국가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 특히 자살의 경우 군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가정환경·여자 문제·정신상담 내역 등 개인적인 이유를 들이미는 경우가 많다. 징병제 국가에서 이런 처분을 내리는 데에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잘못된 관점이다. 자살자가 발생했는데 '가정형편을 비관했다' 또는 '이성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 등 개인 기질 탓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예컨대 여자친구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군대 밖에 있었다면 만나서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군대 안에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이처럼 가정, 성격, 이성, 학업 등 다 개인의 문제로 인해 군대 내 자살이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다. 군대가 제한한 기본권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므로 국가가 이를 관리해야 하는 건 징병제의 본질이다. 이것을 부인하면 징병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
"사실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가 되는 건 거의 하늘의 별 따기다. 피해 당사자들도 안 되는 거로 알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는 재정을 일차적 이유로 든다.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김종대 의원은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도한 징병제에서 찾았다.
김종대 의원은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도한 징병제에서 찾았다. 남소연

- 국방부에서 순직으로 인정받고도 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는 물론 일반적 상식을 가진 이들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심사절차, 선정기준, 보훈연금 지급 기준에 이르기까지, 국방부와 보훈처 사이의 책임 전가나 직무유기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최근에 국가의 보훈 예산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를 1차로 분리했다(이전에는 국가유공자 제도만 있었음). 이게 박승춘 전 보훈처장 재임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국가유공자는 되기 어렵지만, 보훈보상대상자는 심사절차를 약간 쉽게 만듦으로써 얼핏 보면 상당한 시혜를 베푼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사람을 배제하거나 인생의 실패자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모두 국가의 재정여건이란 명분 아래에 이뤄지고 있다. 결국 '돈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를 따져 볼 문제다."

- 행여 하늘의 별을 따더라도, 정신적 어려움과 관련된 서비스는 거의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재처리가 돼서 공단에서 치료비나 여러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사용자 측에서 위로금을 지급하고, 여러 대책을 제시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일반 사회에서도 이럴진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직군인 군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산재처리와 같은 방식이 아닌 국방예산 일부에서 위로금이 나가는 정도다. 아니면 군인복지기금에서 추가로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소액을 지급한다. 그마저도 부족하면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모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한다.

당사자 처지에서 보면 턱없이 부족하거나, 매우 박한 대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이 있음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냉전 시절 발생한 많은 참전용사가 존재하는데, 정부는 이들을 방치했던 문제가 드러날까 두려워한다. 사실상 '국가의 원죄가 드러나느냐, 마냐'의 이데올로기 문제인 것이다. 국가에 헌신한 사람에게 마땅한 대우를 내리는 것은 국가 존립의 정당성과도 연결된다."

"우리 군의 이데올로기=나치 이론"

-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군 피해자치유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사건 초기의 긴급 대응 지원, 의료 지원, 법률 지원, 사회적 지원 제공 등의 역할을 부여한다고 공약했다. 특히 '사건 초기의 긴급 대응 지원'에 눈길이 간다. 여러 유족을 만나보니, 사건 초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현재의 삶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점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진실에 접근하는 것으로부터 차단돼 있다. 군의 높은 장벽 때문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국가를 적대시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게 된다. 정보가 투명하게 처리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문제가 처리하도록 배려하는 국가의 장치가 있다면 초기 대응에 실패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진실 접근을 두려워하는 군과 군의 사법 체계가 그것을 가로막는 현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그러면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 억울하다'와 같은 모멸감의 정서가 피해자에게 형성된다. 그때부터는 사실상 치유가 어려워진다. 자식이 죽은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국가로부터 푸대접을 받은 것 아닌가. '군대에서의 죽음은 개죽음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다. 사고 이후의 법적, 행정적, 정신적 치유 등의 절차가 빈틈없이, 촘촘히 마련돼야 하지만 이런 것도 초기 진상 규명에 실패하면 다 실패해 버린다."

- 사고 초기 대응은 어디에 맡겨야 할까. 현재 피해자들은 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군의 사법체계에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을 군대 권력이 다 갖고 있는데 특히 군사법원은 수사, 기소, 재판을 한 명의 지휘관이 다 담당한다. 군에서의 사법권은 하위 권력일 뿐이고 이를 통제하는 별도의 지휘권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명령체계가 존재하는 한 군에서의 사법절차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2014년 일어났던 윤 일병 사망 사건이다(관련 기사 : "'저 사람 윤 일병 엄마야', 손가락질이 두려워요"). 초기 사망 원인을 기도폐쇄라고 엉뚱하게 발표하고 유족들의 수사 자료 접근을 일체 차단했다. 상당 부분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은폐가 자행됐다. 군 사법체계의 총체적 모순덩어리를 보여준 사례였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과연 피해자들이 군을 신뢰할 수 있겠나. 군 사법제도를 바꾸고, 외부기관에 의한 군 감시 시스템이 갖춰져야 사고 초기 대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군 트라우마센터를 거론했다. 어떤 문제의식이었나.
"총선 때 공약으로 냈었고, 그것의 필요성이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을 통해 많이 확산돼 있는 상태였다. 나는 정치적으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 군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되기 위해선 우선 사실상 수용소 개념으로 운영되는 그린캠프 제도(복무 부적응자 등을 관리하기 위해 군대 안에 설치한 프로그램)가 하루 속히 폐지돼야 한다. 그린캠프는 명백한 수용소인데 군에서는 이를 치유 기능이라고 이야기한다. 군은 그들 표현대로 시한폭탄과 같은 부적응자를 야전에서 제거하기 급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그린캠프다. 연간 3000명이 넘는 장병이 이곳에 간다. 그런데 오히려 문제가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퇴소하는 인원이라도 다시 부대로 돌려보내지 못한다."

- 수용소라고 표현할 정도인가.
"저는 수용소라고 본다. 일부 치유 기능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그린캠프에 들어가면 1주일이고, 2주일이고 매번 똑같은 것들을 반복한다. 그 때문에 군 트라우마센터와 같은 치유 기능을 지닌 기관을 제대로 만들어 장병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돼야 한다. 특히 군 외부에 만들어져야 한다. 군에서 운영하면 가해자 집단이 치유센터를 운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

- 하지만 군은 외부에 무언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과거 윤 일병 사건 후, 군 옴부즈맨제도 등 재발 방지 대책 역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군이 가진 이데올로기는 이러하다. '군은 예외적 집단이고 오염된 사회와는 달리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보호받아야 할 집단이다. 그래서 외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아선 안 된다.' 이러한 민간과 매우 괴리된 군사 예외적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국민적 요구사항이 있어도 수용할 수 없다. 군은 특수한 집단이다'라는 것을 특수권력관계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나치가 발명한 이론이고 군국주의에서나 신봉되는 이데올로기다. 기본권 제한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전근대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반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반권력관계 이론이 통용된다. 즉 '군인도 제복을 입은 시민이다'라는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군대가 존재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군은 발상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또한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군 문제에 해결을 위한) 대부분의 제안이 좌초하고 만다."

"군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김종대 의원은 "(모든 분야의) 트라우마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안전의 일환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을 공약한 바 있는데, 당시 '한 수 뺐겼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공약이었다"라며 하루속히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대 의원은 "(모든 분야의) 트라우마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안전의 일환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을 공약한 바 있는데, 당시 '한 수 뺐겼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공약이었다"라며 하루속히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남소연

- 2016년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한 장관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군은 64만 명의 병력이 들어와서 복무하고 있는 조직이다. 작은 것을 갖고 전체를 문제시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발끈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표현 하나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탁 느껴졌다. 제가 알고 있는 군의 고위 장교들이라면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국회 등원한 후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그때마다 돌아오는 이야기는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할 의원님이 왜 사소한, 지엽적인 문제까지 거론하시냐'였다. 한민구 장관의 답변도 절대 말실수가 아니었다. 평소 생각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 정권은 바뀌었지만 그런 태도가 국방부가 가진 속성 아닌가.
"이 문제는 매번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우리 사회가 아직 풀지 못한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면 자연적으로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인구 환경이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지 않나.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21세 인구가 35만 명이다. 2022년엔 25만 명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청년 인구의 30%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올해 2017년은 청년 인구 절벽이 본격화되는 첫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징병제하에서 각종 기본권이 제약되는 구조가 변함없이 이어진다면 군대는 거의 망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군은 새 환경에 적응할 때가 됐다. 일단 병력을 줄이고 직업군인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야 한다. 또 여성이나 그동안 군 복무 기회가 없었던 탈북자, 외국인 자녀, 혼혈아 등에도 군을 개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양성의 개념에서 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이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서구의 군대가 인간 중심의 군대로 전환된 첫 번째 계기가 이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다. 이는 우리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마저도 거부하면 군의 생존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 군 트라우마센터의 경우, 국방부 외부에서 국방부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트라우마센터가 잘못 만들어지면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의 트라우마 서비스가 국가 책임 면피의 알리바이로 작용했다. 군 트라우마센터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실질적 치유와 회복이란 정신에 따라 국방부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민간과 국가가 협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안전의 일환으로 국가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공약한 바 있다. 저희는 군 트라우마센터만 주장했는데, 민주당에서 그 공약을 내놓은 거 보고 '한 수 뺏겼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공약이었다. 그 공약을 적극적으로 도울 용의가 있다. 그런데 아직 미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여당과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마일센터(강력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여성가족부의 '해바라기센터(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등을 다 합쳐서 트라우마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청년들의 경우 지나친 경쟁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삶 자체가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문에 개인으로는 강하지만 집단으로는 약한 문화가 형성돼 있다. 청년들에게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제공돼야 한다. 사실 군대가 그런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오히려 집단 따돌림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는 건 경악할 만한 일이다. 전쟁 나면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인가. 군대가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게 아니라 차별과 배제의 논리가 통용되는 이데올로기 집단으로 존재한다면 그 자체가 트라우마다. 이제는 군 문제와 관련해 드러난 현상만 볼 게 아니라 좀 더 넓고 깊게 접근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군대 #트라우마 #김종대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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