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우빈 훈련병 엄마 공복순씨는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희훈
'군피해치유센터 함께(아래 함께)'는 국가적 책임의 부재 중, 그동안 침묵 속에 있었던 피해당사자가 설립한 단체입니다. 단체를 만들고자 한 공복순 대표 또한 자식(고 노우빈 훈련병)의 죽음 앞에 어찌할 줄 모르고 아파하던 어머니였습니다.
"자식이 죽고 나자 이런 일을 먼저 겪은 '선배'들이 원망스러웠어요. '왜 사회에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면 조금은 더 바뀌지 않았겠느냐'고요."공 대표는 사건 전까지 교사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사회단체에 관심을 갖거나 활동해 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단체를 만들고 좌충우돌할 때는 솔직히 놓고 싶기도 합니다. 공 대표가 힘들 때 가장 잘 하는 일은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와 함께 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입니다. 또 같은 입장의 힘든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대전 현충원에 추모꽃과 편지를 놓고 왔어요.. 다녀온 뒤 한, 두 명이라도 전화를 걸어와 이야기 나누면 그렇게 기뻐요. 가족들과 한양도성길 걷고 같이 밥 한 끼라도 나누면 이 일을 시작하길 잘 했다 생각 들고요." 군피해 생존자의 어머니 박경희씨(가명, 관련기사 :
"씨X 돌았냐? 이거 먹어" 선임이 들이민 매미 한 마리)는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세 아들의 엄마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 형편은 넉넉지 못합니다. 아들도 아프고 본인도 아픕니다. 그럼에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국군병원의 아픈 병사들을 찾아갑니다. 음식을 전하며 고통을 함께하는 이웃이 됩니다.
군피해 생존자의 아버지 한 분은 국방부에서 유명한 싸움꾼입니다. 아들의 인권침해에 대응하며 갖게 된 노하우를 다른 피해 장병을 위해 쓰고 싶어 스스로 1인 NGO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지 모르는 군피해 가족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서 다시 또 싸움꾼이 되길 자청합니다.
자신들도 어렵고 아프다고 합니다. 불신이 큰 가족들 사이에서 욕도 먹고 서로 불화하는 날도 많아 속상합니다. 다 내려놓고 싶을 때 그들을 지탱하는 것이 있다면 살았든 죽었든 자식이라는 존재입니다.
"너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을 거야. 누군가 아프지 않도록 돕는 것, 군대를 바꾸는 일을 할 거야. 그러니 너도 하늘에서 엄마 좀 도와줘."죽어서라도 아들이 살아있었으면 하는, 살아있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입니다.
한 때 고립됐었고, 피해자였던 부모들은 이제 비슷한 아픔을 지나는 사람들을 찾아가 돕습니다. 그들은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기여자가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개인의 헌신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연결되는 지원으로는 만나지 못하는 부모와 청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