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수박 가꾸던 농토에 동물사체·쓰레기만 가득

[현장] 4대강사업 이후 조성된 공주보 수변공원의 현주소

등록 2017.12.03 20:14수정 2017.12.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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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보 하류 2km 지점인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 죽은 소가 내다버렸다.
공주보 하류 2km 지점인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 죽은 소가 내다버렸다.김종술

강변에 소가 버려졌다. 소똥까지 함께 버렸다. 침대도 버렸다. 화장실 타일부터 시멘트 포대까지 함께 버렸다. 토마토·오이·양파·무 등 농작물도 버렸다.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가져다 버리고 태우는 장소도 있다.

지난 3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공주보 하류 2km 지점 강변. 4대강사업 이전만 해도 농토였던 곳이다. 농민들은 하천부지를 일궈 배추, 수박 등을 심어 가꿨다. 4대강사업 이후 강변은 수변공원 명목으로 조성됐다. 20만 평에 이르는 농토를 걷어냈다.

그 자리에 억새와 느티나무 벚나무를 심었다. 이식된 느티나무는 대부분 말라 죽었다. 방치된 '공원'에는 잡풀이 무성하고 강변은 쓰레기투성이로 썩고 있다. 죽은 나무들은 목이 잘린 채 말뚝처럼 박혀 있을 뿐이다.

독수리 두 마리가 빙글빙글 허공을 맴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수풀을 헤쳐 봤다. 소가 버려져있다. 지난 4월에도 2마리가 버려진 곳이다. 죽은 송아지 옆에 소똥도 같이 버렸다. 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장갑도 있다.

동물 사체는 지정한 장소에 처리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천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주시에 신고했다. 기자의 연락을 받고 우성면 직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CCTV가 없는 강변에서 범인을 잡기란 쉽지 않다. 현장을 돌아본 직원들은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내일까지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강변에 집에서 사용하던 침대부터 각종 생활용품이 버려져있다.
강변에 집에서 사용하던 침대부터 각종 생활용품이 버려져있다.김종술

 강변에 집에서 사용하던 침대부터 각종 생활용품이 버려져있다.
강변에 집에서 사용하던 침대부터 각종 생활용품이 버려져있다.김종술

주변 강변을 훑었다. 깨진 유리창, 바구니, 이불, 침대, 의자, 장화, 플라스틱, 타이어, 방석, 다리미, 농약 통, 전기장판, 액자, 선풍기, 스티로폼, 신발, 포대자루, 캔, 물병, 타이어, 타일, 페인트, 벽돌, 기름통, 각종 일회용품까지 버려져 있다.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제방엔 버려진 농산물이 즐비하다.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제방엔 버려진 농산물이 즐비하다.김종술

농민들의 불법 투기도 심각하다. 농사에 사용한 비닐부터 각종 자재까지 내다 버린다. 우성면 옥성리 인근 제방에는 농작물이 버려졌다. 토마토부터 오이, 무, 배추, 매실 등 다양하다.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가져다가 버리고 태우는 장소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강변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강아지부터 토끼, 염소까지 각종 사체가 버려진다. 도심과 가까운 공원에는 살아있는 애완견도 버린다. 공주시 '쌍신생태공원'과 국가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인근에서는 버려진 강아지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경범죄로 다스린다. 무단투기로 걸려도 통상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도심은 CCTV를 설치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계도를 한다. 그러나 강변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수풀에 묻힌다.

4대강 준공 뒤 5년, 강변은 죽은 소를 무심히 내다 버리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건설자재로 사용하고 남은 타일과 시멘트도 강변에 버렸다.
건설자재로 사용하고 남은 타일과 시멘트도 강변에 버렸다.김종술

#4대강 공원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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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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