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총동창회 홈페이지에 지난 9월 올린 기사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초청 "위기의 대한민국號 무사귀항...감사합니다"
성균관대총동창회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항쟁을 바라보는 성균관대 총동문회, 더 나아가 우리사회 '기득권자'들의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은, 유사 이래 유례없는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였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을 향해 분노했던, '평범한 일반시민'들의 정서에 전혀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공감'은 커녕 촛불항쟁으로 표출된 '민중의 힘'을 '인식'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불과 1년 전에 대한 기억을 지금 호도하려 하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이 황교안 덕택에 무사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일종의 자기 최면이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촛불항쟁을 둘러싼 '기억투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최근 '사법부'에 의해 적폐청산이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시점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도 몹시 흥미롭다.
논란의 중심에 선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공안 검사'를 거쳐 훗날 박근혜 정권의 '법무부장관'이 된 인물이라는 점 역시 예사롭지 않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볼 때 이번 사태를 결코 개별 대학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적 맥락의 사태이며, 기억투쟁에 해당하는 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 성균관대 재학생, 졸업생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황교안 수상 반대 서명운동'은, 향후 관심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외연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촛불항쟁을 둘러싼 기억투쟁'이라는 이 사태의 본질상, 황교안 수상 반대 서명운동이 '그들만의 리그'에 그쳐선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럴 경우, 그것은 촛불항쟁의 가치와 지향을 또 다른 형태로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대학의 사회적 가치, 그리고 심산 김창숙한편, 이번 사태를 좀 더 다른 맥락에서 성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졸업한지 3년이 흘렀지만, 적어도 글쓴이가 겪은 성균관대는, 조선 유학의 맥을 이은 항일해방투사요 반(反)이승만 독재의 선봉장이었던 설립자 심산 김창숙 선생의 삶과 사상이 살아있는 대학이라 보기가 어려웠다.
재벌권력, 언론권력에 스스로 몸을 내준 것은 국내 사립대학(특히 서울권 사립대학)들의 일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성균관대의 경우 학내에 '삼성'이라는 '성역'이 엄연히 존재했다.'심산관'은 '호암관'이 된지 오래였고, <중앙일보>는 자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를 1위로 보도했다. 삼성을 비판한 시간강사는 잘려나가고, <성대신문> 결호사태에서 보듯 학내 언론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다음날엔가는, 그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묘사해 설명하는 교내방송이 교내에 울러퍼졌다. 세월호 유족 간담회를 불허하고, 해당 간담회를 추진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거절한 소식은 졸업 이후에 들었지만, 과연 성균관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