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운보의 삶과 예술
이상기
1980~1990년대는 앞에서 언급한 "심상예술과의 조우"기다. 이때 운보는 판화작업을 시작하고, 대걸레와 큰 붓을 사용해 퍼포먼스를 하며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운다. 힘찬 필치와 형태의 파괴가 두드러진다. 1993년 팔순을 맞아서 운보는 자신의 미술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때 김대중 대통령이 전시장을 찾기도 했다. 2000년에는 "바보예술 88년, 운보 김기창 미수 기념 특별전"이 열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1년 1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현재 운보미술관에 전시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황소, 백두산 천지, 수리, 기러기, 화조도, 누드, 태양을 먹은 새, 문자도, 군마도, 산수도, 모로코, 사냥 등이 있다. 그중 처음 보는 운보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여인의 누드다. 의자에 앉은 여인의 뒷모습을 수묵으로 표현했다. 과감한 생략이 돋보이지만, 비례와 균형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 그림을 보니 소원 문은희 화백에게 "누드는 네가 최고다"라고 한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