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비자를 받아 들어간 땅은?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태국 북부 ③] 미얀마 타칠렉

등록 2018.01.22 10:37수정 2018.01.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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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도시 매사이의 아침 풍경

a  매사이의 탁발승

매사이의 탁발승 ⓒ 이상기


저녁 늦게 매사이에 도착한 우리는 피야폰 팰리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어제 인천에서 치앙마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고, 또 오늘도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를 거쳐 국경도시 매사이까지 먼 길을 와서 모두 피곤하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오는 길은 아시안 하이웨이 2번(AH2)에 해당한다.


2번 하이웨이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작해 이란의 케르만샤까지 이어진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까지 연결된다. 태국 구간에서는 방콕-치앙마이-치앙라이-매사이로 이어지고, 국경을 넘어 미얀마 타칠렉-멕틸라(Meiktila)로 이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또 비가 왔다. 건기라고 하는데 비가 잦은 편이다. 대신 밤 동안만 오니 여행에 큰 불편은 없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니 탁발하는 승려들이 보인다. 단지 또는 스테인리스로 된 바릿대를 들고 시내를 걸어간다. 대개 젊은 청소년 승려로 맨발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 비해 일찍 출가를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출가하는 승려가 줄어들어 문제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아직 그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어디서나 쉽게 승려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a  매사이 다리와 미얀마 국경검문소

매사이 다리와 미얀마 국경검문소 ⓒ 이상기


우리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 쪽으로 향한다. 중간에 경찰검문소(Check Point)를 지난다. 그러나 어떤 제재나 확인도 없다. 이제 국경검문소에 도착한다. 국경을 넘을 때는 여권을 제출하고 입국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수수료로 10달러 또는 500바트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지 가이드를 통해 미리 수속을 해 놓아 그냥 통과한다. 양국의 검문소 사이로 매사이강이 흐른다. 강변으로는 민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타칠렉 쉐다곤 파고다의 위용

a  쉐다곤 파고다 불당의 삼존불

쉐다곤 파고다 불당의 삼존불 ⓒ 이상기


미얀마 땅 타칠렉으로 들어가자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는 'The City of the Golden Triangle'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타칠렉은 마약왕으로 유명한 쿤사(Khun Sa)의 거점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송태우(Songthaew)를 타고 쉐다곤 파고다를 보러 간다. 절과 탑이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사원 앞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니 우리식 법당(Vihara)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 탑이 있다.


법당 안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수미단 위에 삼존불 형식으로 세 분 부처님이 앉아 있다. 가운데는 옥불이고, 좌우 협시불은 금동불이다. 그런데 이들 부처님들에게 붉은 장삼을 입혀, 수인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수미단 좌우에도 역시 부처님을 모셨다. 연꽃에 좌정한 부처님은 익숙한데, 뱀인 나가(Naga)의 호위를 받는 부처님은 조금 낯설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절에서 나가의 형상을 자주 보게 된다.

a  쉐다곤 파고다

쉐다곤 파고다 ⓒ 이상기


나가는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선정에 든 부처를 보호하는 모습으로 자주 나타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절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 법당을 나와 탑으로 가니 파고다가 아닌 스투파 형식의 탑이 우뚝하게 솟아 있다. 봉분형 무덤 위를 뾰족하게 만든 형태의 탑이다. 봉분에 떼를 입히듯 네모난 벽체를 연결했는데, 엉성한 편이다. 이 벽체에 금박을 입혀 화려하게 만들 예정인 것 같다. 입구에 금박 1장 비용으로 500바트를 받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를 모방했다고 하는데, 그에 한참 못 미친다. 형태, 크기, 색깔, 주변 장식 등에서 키치(Kitsch)적인 냄새가 난다. 그러나 종교적 상징은 신앙의 대상이지 예술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므로 타칠렉 쉐다곤 파고다는 타칠렉 사람들의 신앙을 대변하는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파고다 사방에는 첨탑 형식의 작은 탑을 둘렀다. 사다리가 있어 그곳에 잠깐 올라가 보니 파고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a  종을 메고 있는 두 처사

종을 메고 있는 두 처사 ⓒ 이상기


탑의 가장자리 바닥에는 사방팔방으로 부처님을 안치해 놓았다. 특이한 조형물이 하나 있는데, 종을 막대에 고정해 어깨에 메고 있는 두 처사의 즐거운 모습이다. 막대 위 장식에 미얀마어와 영어가 적혀 있다. Union of Myanmar라고 쓴 것으로 보아 미얀마의 통합을 염원하는 뜻을 담은 것 같다. 이 종을 치면 그 염원이 이루어진다는 개념으로 이해해 본다. 벽에 쓰여 있는 미얀마어를 모르니 답답하다. 언어가 정보인데, 태국과 미얀마에서는 까막눈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탑을 보고 나오다 우리는 또 다른 법당엘 들렀다. 이곳에는 우리식으로 커다란 부처님이 법당 안에 모셔져 있다. 통상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이 홀수인데, 이곳은 짝수인 네 분이다. 그리고 이들의 표정이나 수인이 똑같다. 우리나라 같으면 사방불을 안치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 또 승복으로 부처님의 양쪽 어깨를 다 감싼 통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다른 사원과 그 앞의 시장

a  미얀마 법당의 불교신자들

미얀마 법당의 불교신자들 ⓒ 이상기


두 번째로 찾아간 사원은 탑보다는 법당 중심의 사원이다. 법당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으로 안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거나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신도들이 숙식을 하는 것처럼 자리를 깔고 가방까지 가지고 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새해를 맞아 불교신자들이 단기간 절에 머물며 생활한다고 한다. 일종의 단기출가인 셈이다. 이를 통해 미얀마가 불교의 나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곳 법당에는 규모가 작은 부처님들이 동서남북 사방에 모셔져 있다. 부처님도 각기 다른 모습이어서 그 존호를 짐작할 수가 없다. 이곳의 부처님들은 대개 우견편단의 법의를 걸친 모습이다. 그리고 세 분 정도만 그 위에 우견편단으로 가사나 장삼을 걸쳤다. 절마다 부처님의 모습과 법당의 모습이 다르니, 불교조각과 예술을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태국과 미얀마에 와서 불교공부 하느라 고생이 많다.

a  사원 앞 시장의 탁발 동자승

사원 앞 시장의 탁발 동자승 ⓒ 이상기


법당 앞에는 법고와 운판 같은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목어와 범종은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법당 앞 입구 벽쪽으로는 보리수나무가 심어져 있다. 수령이 이삼 백년 정도는 되어 보인다. 법당 옆으로는 중국식 탑과 미얀마식 파고다 양식이 결합된 절충식 탑도 보인다. 이러한 양식은 타칠렉이 중국 운남성에서 태국의 방콕과 미얀마의 양곤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이유에서 두 가지 양식이 결합된 탑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원 앞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 시장이 꽤나 활기가 있다. 그곳에서는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과 꽃이 많이 팔린다. 꽃은 불전에 헌화는 사람들이 사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탁발하는 승려들을 볼 수 있다. 형제로 보이는 동자승 둘의 표정이 간절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승려들의 모습도 관찰대상이었다. 그것은 가는 곳마다 붉은 장삼 차림의 승려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자신의 모습을 담는 이방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의연하게 자신의 임무에 충실 하고 있었다.  

태국의 불교와 사원에 대해 알아보다

a  체디루앙 사원의 탑

체디루앙 사원의 탑 ⓒ 이상기


태국의 불교는 기원전 2세기경 스리랑카로부터 전래되었다고 한다. 기원후 1세기 동남아 지역에 부남(扶南: Funan) 왕국이 생겨, 스리랑카로부터 들어온 상좌부불교(소승불교)와 수완나품(Suwannaphum) 지역으로부터 들어온 대승불교를 적극 수용하게 되었다. 7세기에는 차오프라야강 유역에 드와라와티(Dvaravati) 왕국이 생겨 13세기까지 상좌부불교가 성행하게 되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나콘 라차시마(Nakhon Ratchasima) 지역에서 발굴된 와불이 있다.

그 후 불교는 수코타이(Sukhotai) 왕국, 란나 왕국, 아유타야(Ayuthaya) 왕국을 거치는 동안  국교로 대접받으며 번성했다. 이때 태국 전역에 사원이 세워지고 불상이 조성되었으며, 불탑이 건조되었다.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한 란나 왕국에서는 틸로카라트(Tilokarat: 1441-1487)왕 때 불교가 전성기를 맞았다. 사원을 신축하고 스리랑카로부터 보리수나무를 들여와 사원에 심도록 했다. 그리고 왕 자신이 단기 출가해 삼장(三藏)을 공부하기도 했다.

a  람팡의 보타람 사원

람팡의 보타람 사원 ⓒ Heinrich Damm


그는 또한 1455년 불기 2,000년을 기념해 보드가야의 사원 양식을 모방한 보타람 사원(Wat Botharam Thammamahaviharn)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사원이 완성된 것은 1476년이며, 1477년 상좌부불교의 팔리어 경전 개정을 위한 국제 불교도회의가 이곳에서 개최되었다고 한다. 보타람 사원의 현재 이름은 체트 요트 사원(Wat Chet Yot)이다. 여기서 체트는 7이고, 요트는 첨탑이니, 일곱 개 첨탑을 가진 사원이라는 뜻이다. 이 사원은 치앙마이 외곽 람팡(Lampang) 구도심에서 북서쪽으로 2.3㎞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원을 찾는 것은 종교적인 목적에서 또는 관광 목적에서 찾는다. 종교적인 목적으로는 경배와 기도의식 수행, 공부와 수양, 마음의 평안 추구가 있다. 그러나 일반관광객은 건축과 조각에 대한 이해, 예술에 대한 관심, 종교에 대한 성찰을 위해 사원을 찾는다. 문화관광의 목적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또 하나의 사원이 치앙마이 도성 안에 있는 왕실사원 프라체디루앙이다. 와트 체디루앙으로도 불리는 이 사원 역시 틸로카라트 왕에 의해 1481년 완성되었다. 그러나 1545년 지진으로 윗부분이 붕괴되어 현재는 42m의 높이로 남아 있다. 이 사원에 대한 이야기는 10회 '치앙마이 구시가지' 편에서 다시 자세히 하려고 한다. 
#매사이 #타칠렉 #쉐다곤 파고다 #탁발승 #태국의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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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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