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규모의 연꽃과 인공 호수를 보여주는 이화원
신준호
북경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절대 빼놓지 않는 관광지 두 곳이 있다. 청나라 서태후가 가장 사랑하는 별장이었던, 드넓은 호수와 연꽃이 우거진 이화원. 그리고 북방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하지만 도무지 인간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길이의 세계 7대 불가사의 만리장성.
나 역시도 북경에 도착하고 쉬는 날 가장 먼저 여행 갔던 곳이 '이화원'이었다. 높은 성 위에서 연꽃과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호수를 보고 있으니, 자신의 소유로 이화원을 즐겼을 서태후가 굉장히 부러웠다. 심지어 이런 경치를 보며 살았으면 나 같아도 '이백'과 '두보'의 시처럼 아름다운 시조가 나왔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바글거리는 중국인 사이에서 홀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곳을 찾아 벤치에 앉았다. 그 순간 벤치 옆에 있는 이화원에 대한 설명 표지판을 읽는 도중 기함을 했다. 멀쩡한 체력을 가진 20대 남성인 나도 절반을 채 못 걷고 벤치를 찾아 앉게 만든 이 광활한 호수가 '인공호수'였던 것이다.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은 어디서 끌어 온 걸까", "땅을 다 파버린 걸까" 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연꽃과 호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화원의 호수는 미스테리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만리장성을 보는 순간 이화원의 규모는 '새 발의 피'라는 걸 깨달았다. 만리장성은 너무 길어 사람이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몇 군데만이 하루 돌기 좋은 여행 스팟으로 발달했다.
나도 북경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만리장성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즐겼지만, 그 경치를 보는 순간 위압감에 말문이 '턱' 막혔다. 말도 안 되는 높이와 경사를 가진 산꼭대기에 지어진 만리장성. 산의 지형에 맞춰 마치 뱀처럼 꾸불꾸불 펼쳐진 만리장성은 보는 것만으로 큰 황홀감을 선사했다.
기억해야 할 이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