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희훈
그러나 법원은 CJ E&M 관련 혐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세평 수집, 인사 조치, K스포츠클럽 보조금 적정성 조사를 위해 현장점검을 준비하게 한 혐의를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뒤에 있는 최씨를 몰랐으며 문체부 인사 불이익 또한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국정농단 피고인들을 봐도 직권남용 혐의를 피해 가지 못했다.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인 최순실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안종범 전 수석 등은 최근 직권남용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다.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우 전 수석에게 국정농단에 가담한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중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했다.
그렇다면 우 전 수석은 왜 대부분 무죄일까.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해도, 직무의 위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대부분 윗선의 지시였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부당한 행위에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누군가를 통해 문체부 내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정황을 우 전 수석이 몰랐을 리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문체부 비리나 파벌 문제 등을 인식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지위에 있었다. 앞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있어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해야 할 책무가 있었으나 국정농단의 단초가 됐다"는 이유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법원은 "직권남용죄는 모호한 개념으로 수사기관에서 법률 조항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전직 정부의 공직자에 대한 상징적 처벌로 이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수의견도 있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받아들인 걸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다른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거기서도 우 전 수석 측은 여전히 '대통령 지시'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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