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카톡으로 받는 청첩장이 불편한 이유

등록 2018.02.26 12:10수정 2018.02.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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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고향에서 경사가 있으면 연통하는 사람을 하나 정해서 그 사람은 부조 대신 연통하는 일로 임무를 다 하고는 했다. 그리고 흉사가 있을 때 그 임무는 더 막중했으니 부고장은 대문 안에 들이지도 못하고 대문에 꽂아놓거나 사람을 직접 만나 소식을 전해야 했다.


그리고 경사인 잔치는 끝나면 그만이지만 흉사인 장례는 그렇지가 못했다. 장례를 다 마치고 연통을 맡은 사람은 한 번 더 수고해야만 했는데 할아버지가 '불원천리 먼 길을 달려와 슬픔을 함께 나누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일일이 붓으로 써서 감사의 인사를 돌렸다. 60년대 말, 고향에서 내가 본 경조사의 풍경은 이랬다. 두 달 전에 집안 아우에게 카톡으로 모바일청첩장을 받았다.

"모월 모시에 딸을 시집보냅니다. 오셔서 축하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화라도 올 줄 알았더니 달랑 카톡으로 온 모바일청첩장이 다였다. '청첩장은 보냈으니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오' 이건가? 그것도 웃사람이 아닌 집안 아우에게 받은 모바일청첩장이 그랬다. 결혼식에 참석은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최소한 모바일청첩장 뒤에 전화 한 통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3월 중순, 나 역시 딸을 시집보낸다. 쉬는 날이면 청첩장 돌리느라 정신없다. 그저께는 면목동에서 김포까지, 어제는 면목동에서 분당, 오늘은 외대 역과 창신동을 다녀왔다. 모레는 일산 쪽으로 돌 예정이다. 그리고 미처 못 찾아본 분들께는 모바일청첩장과 전화통화로 초대를 할 예정이다.

"남들은 모바일 청첩장으로 편하게 한다던데 형은 왜 그렇게 유난을 떨어요?"


밑으로 두 동생이 하는 말이다.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 일을 본 적이 없으니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도 그런 게 아니라며, 아랫사람에게 보내는 청첩도 아니고 웃어른들께 보내는 청첩은 이래야 한다며 설명을 해봤지만 결국 "유별나기는, 쯧쯧" 타박만 돌아오고 말았다. 그러나 청첩장을 받은 어른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은 이랬다. 이러면 됐지 뭘 더 바라겠나? 발품 판 보람이 있다.

"아이구, 바쁜데 직접 들고 왔어? 딸 시집보내느라 아비가 애쓰는구먼. 요즈음은 카톡으로 문자 하나 보내고 말더구먼. 이렇게 직접 받으니 뭔가 대접받는 기분이야 고마워. 가고 말고. 가서 축하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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