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무슨 죄야 개에겐 죄가 없다
정효정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남성이 진짜 짐승(수컷)이라고 생각해봐도 이건 좀 너무하다. 강아지도 기다리라면 기다릴 줄 아는 세상이다. '개통령' 강형욱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며 훈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마당에 왜 유난히 자칭 '남자라는 짐승'은 어째서 통제가 안 될까? 답은 간단하다. 불행히도 '어떤 사회'는 남성이 인간이길 포기하고 수컷으로 살아가는 것을 사실상 용인하기 때문이다. 정말 불행히도.
여성에게 안전한 목적지는? 문제는 이러한 남성의 욕망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사회를 여행하는 경우다. 여성의 삶이 불리한 사회에서 그곳에 연고가 없는 여성 여행자는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행자는 그 지역 관광업을 증진시키고 내수를 활성화시키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애'나 '개'나 '짐승'이나 '늑대'나 '수컷'들에게 희롱까지 당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뻔하디뻔한 남성의 욕망 이야기를 계속하며 밑밥을 깐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여자 혼자 여행해도 안전한 지역은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성에게 완벽하게 안전한 지역은 없다. 어딜 가더라도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분출시키고, 남자는 '애', '개', '동물', '수컷', '늑대'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을 싹 다 동굴에 집어넣고 사람이 될 때까지 쑥과 마늘만 먹일 수도 없으니, 여성 여행자들의 최선은 그런 남자가 유난히 많은 나라를 미리 살피는 것이 최선 중의 최선이 되겠다.
지금부터 몇 가지 자료를 살펴보자. 일단,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에서 매년 발표하는 '안전한 도시 지수'가 있다. 60개 큰 도시를 디지털·건강·인프라·치안 부문별로 평가했기에 기본적인 치안상황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3년째 도쿄가 1위이고, 2위 싱가포르, 3위 오사카, 4위 토론토, 5위 멜버른, 6위 암스테르담, 7위 시드니, 8위 스톡홀름, 9위 홍콩, 10위 취리히 등이다(한국은 14위다).
문제는 아무리 '안전한 도시' 여도 여성이 성폭력에서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는 각각 안전한 도시 1위와 3위지만 얼마 전 일본에선 에어비앤비 몰카와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안전한 도시 14위로 뽑힌 서울에서는 스웨덴 여성 여행자가 한국 남성들에 의해 집단강간 당하기도 했다. 22위로 뽑힌 타이베이에서도 택시기사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약물을 먹인 후 강간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들은 아무리 소득수준이 높고 치안이 안정되어 있는 지역이어도, 여성의 안전은 별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