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아버지의 딸은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같은 만년필이라도 어떤 종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글씨의 굵기와 모양새가 달라진다. 만년필마다 궁합이 맞는 종이가 따로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만년필로 글을 써보면 어딘지 모르게 부드럽지 못하고 거북하게 느껴진다. 만년필 자랑 좀 해보려고 쓰던 만년필을 다른 이에게 줘보면 편리한 볼펜 놔두고 돈값도 못하는 이런 걸 왜 사용하냐며 슬그머니 내려놓는 이유가 각자의 글 쓰는 습관대로 펜촉이 길든 탓이다.
모난 사람이어도 좋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사람을 흔히 모난 사람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아버지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철학 그리고 신념이 있는 모난 사람을 좋아한다. 모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그들은 남들과 비교 자체를 안 하지만 비교하더라도 비교의 기준을 물질적 가치에 두지 않고 정신적 가치에 둔다.
그들에게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추상적 가치가 있다. 그들은 끊임없는 의심을 통해 독창적인 생각으로 매사에 창조적이다. 그들의 말에 쉽게 공감은 안 되지만 그들은 항상 상대방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놓는다.
반대로 가장 지루한 사람은 자기 생각 없이 정보에 밝기만 한 사람이다. 그들은 물질적 가치로 사람들을 비교한다. 또한, 그들을 눈여겨보면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 대단히 냉소적이다. 모든 사물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인간적인 감수성이 부족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대답은 항상 이렇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네 말을 인정은 하지만 공감은 못 하겠다는 뜻이다. 아니, 공감하고 싶지가 않다. 아버지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은 차라리 모난 사람은 될지언정 세상에 길들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이 되지 말란 거다. 볼펜처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뻔한 사람이 되지 말고 만년필처럼 너만의 삶을 길들이라는 말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의 요구에 맞추지 말아라. 동물과 들꽃에 친화력을 극대화시켜 자연이 요구하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에 초점을 맞추어라. 이유는 간단하다. 너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엄마랑 오토바이 여행길에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문득 발아래 메꽃과 저 멀리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리고 한여름 땡볕에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어! 내가 누구지?" 나를 잊고 자연과 한 몸이 된 적이 있었다.
행복했다. 자연과 하나가 되며 잠깐이나마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었고 지금도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구나. 딸아, 내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는 지금도 네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단다.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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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아버지의 딸은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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