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허프포스트 영상 갈무리
우리 아이들은, 타고난 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아이는 주변에 아무런 정보도 없고 부모도 자신의 호소를 외면하는 상태에서 학교나 단체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혼자 고통을 겪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부모인 내 탓인 것만 같아 가슴을 치며 외면하는 사이에 당사자인 제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혐오의 시선이 가득한 세상에서 혼자 남겨져 날마다 심장에서 피를 흘리는 듯한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런 저였는데 지금은 조금 변했습니다."
아이의 권유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와 부모님들과 이야기하고 공부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여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 난다는 것을요. 그건 부모나 다른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왼손잡이나 얼굴색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요. 당사자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지도요. 네, 성소수자로 사는 것이 선택 가능한 일이라면 사회적으로 이렇게 비난 받기 쉬운 환경에서 누가 그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사람들은 성소수자에게, 타고난 대로 살라고 말합니다. 네. 그 말이 맞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타고 났습니다. 타고 난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성소수자로 사는 거지요. 남과 여 두 가지 성으로만 억지로 구분되어 살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몸부림치며 타고난 대로 살도록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의 성장기 동안 본의 아니게 입힌 크고 작은 상처를 생각하며 얼마나 미안해했는지 모릅니다. 또한 이제 아이의 특별함에 겁을 내거나 스스로를 원망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나니 세상에 당당하게 나아가 "내가 성소수자 부모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제 삶을 멋지게 바꿔 준 아이에게 고맙더군요. 성소수자라서 힘든 게 아니라, 성소수자를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힘들었던 거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제 아이와 다른 성소수자 아이들의 특별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부모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며 그 덕에 큰 힘과 위로도 얻고 있습니다. 또한 당사자인 아이들이 세상의 혐오와 폭력으로 인해 두려워할 때 부모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 앞에 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 퀴어퍼레이드 참가, 혐오 세력에게 대응하기, 성소수자 지지 활동 등 세상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마이너스였던 성소수자 부모 노릇(!) 이렇게 플러스로 갚아나가고 있는 거죠!
어머님께서도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는, 그냥 안아주세요. 힘들어도 그냥 안아주세요. 놀랍게도 아이들은 커밍아웃했을 때 부모님이 자신을 괴물처럼 여길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이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하는데 말이죠.
낯설어도, 당신과 다르지 않은 존재를 꼭 안아주세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부모님들은 퀴어 퍼레이드에서 프리허그를 한답니다. "여러분~ 어서 오세요, 안아 드릴게요!" 하면 성소수자들은 나이가 많든지 적든지 안기면서 울어요. 엄마들도 웁니다. 그냥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안도하고 고마워하고 살아 낼 힘을 갖거든요. 어머님께서도 아이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꼭 말해주세요.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너를 사랑한다."
성소수자가 조금 낯설어도, 자주 접하지 못해 대하기가 조금 불편해도 우리는 모두 다를 게 없는 소중한 지구 사람들입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 때 세상이 더 나아진다고 믿습니다. 마치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서 무지개라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만들듯이 말입니다.
어머님! 우리 그 날이 올 때까지 손에 손잡고 같이 걸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이름. 사랑과 염려가 큰 만큼, 그 힘으로 이제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와 같다"라고 당당하게 외쳐 보아요. 빗방울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처럼 우리 작은 힘을 모아 큰 세상을 만들어요.
"함께 갑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나비 (정은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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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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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으로 살고 싶지 않아" 내 삶을 멋지게 바꿔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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