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우리 말로 다시 쓰기②

아직도 입음꼴 문장이 많다

등록 2018.03.26 10:42수정 2018.03.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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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음꼴 문장, 아직도 많다

<대통령 개헌안, 우리 말로 다시 쓰기①>에 이어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을 살펴본다.
개헌안은 되도록 '능동형의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다듬어 쓰겠다고 했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입음꼴로 쓴 데가 많다. 우리 말은 되도록 입음꼴로 쓰지 않는다. '한다' 꼴로도 얼마든지 될 말이라면 굳이 '된다'나 '-진다'꼴로 쓸 까닭이 없다. 그런데 '전문'부터 입음꼴이 심심찮게 나온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세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1948년 7월 12일에 제정하고 8차에 걸쳐 고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로 개정한다.
입에 붙은 말을 생각해 보면 입음꼴은 드물다. 입음꼴은 일제강점기와 영어 교육으로 퍼졌다. 우리 말글에서 어떤 일을 하는 주체는 대개 사람으로 삼는다. 문맥으로 보아 크게 힘주어 말하거나 헛갈리지 않을 때는 임자말(사람)을 빼고 말하는 일도 흔하다. 자연히 주체가 분명해서 뜻이 또렷하고 문장도 힘이 있다. 주체가 먼저 나오냐 객체가 먼저 나오냐에 따라 어떤 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저절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최현배는 "배달말의 입음은 늘 사람 또는 사람 삼은 것을 중심 삼는 것에서 서양말과 다른 특색이 있"다고 하였다. 이 말을 뒤집으면 서양말은 꼭 사람을 임자말로 쓰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사물이나 사건 따위를 임자말로 삼아 말하는 게 더 흔하다는 소리다.

사실 영어를 쓰는 사람도 수동태를 썩 반기지 않는다. 윌리엄 진서William Zinsser는 "동사는 글쓴이가 가진 연장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동사는 문장을 밀고 나아가기도 하고 문장에 탄력을 주기도 한다. 능동 동사는 앞으로 밀어 붙이고, 수동 동사는 뒤로 잡아챈다. 능동 동사는 동작을 선명하게 해준다"고 말한다."(이한중 옮김(2007),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고 했다. 스티븐 킹Stephen King도 <유혹하는 글쓰기>(김진준 옮김, 김영사, 2002)에서 글을 쓸 때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를 쓰고 부사를 줄이라"고 했다.

헌법 '전문'에서 임자말은 '우리 대한국민'이다. 마땅히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건립하고, '헌법'을 제정하고, '개정'한 주체도 '대한국민'이다. 그렇다고 입음꼴로는 아예 쓰지 말자는 소리는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입음꼴을 써서 더 자연스럽고 뜻이 더 깔끔해진다면 마땅히 입음꼴을 써야 한다. 다음은 개헌안에서 입음꼴로 쓴 조항들인데 다듬었으면 좋겠다.   

'입음꼴'을 줄여 대통령 개헌안 다시 쓰기

제5조 ② 국군은 (……)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 국군은 (……)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

제6조 ①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한 조약과 일반으로 승인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

제8조 ① 정당은 (…·)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 정당은 (…) 복수정당제를 보장한다.

제8조 ④ 정부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될 때에는 (……), 제소된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라
해산된다.
→ 정부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때에는 (……), 제소된 정당은 헌법재판소 심판으로 정당을 해산한다

.제14조 ②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遡及立法)으로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 소급입법(遡及立法)으로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거나 재산권을 박탈하지 않는다.

제17조 ② (……)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하려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 주거를 압수하거나 수색하려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로 청구하고 법관이 발급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제19조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 국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한다.

제20조 ① 언론·출판 등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된다.
→ 언론·출판 같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를 허가하거나
검열할 수 없다.

제21조 집회·결사의 자유는
보장되며, 이에 대한 허가는 금지된다.
→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에 대한 허가를 금지한다.

제22조 ② 대학의 자치는 보장된다.→ 대학의 자치를 보장한다.

제24조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

제30조 (……)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
→ (……)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이 져야할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제32조 ④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
→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에서 정한 대로 보장한다.

제39조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바탕으로 성립하고 유지하여야 하며

제47조 ① 국회의원은 (……)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다.
→ 국회의원은 (……)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없다.

제47조 ②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되거나 구금된 경우 (……) 회기 동안 석방된다. → 국회의원을 회기 전에 체포했거나 구금한 경우 (……) 회기에는 석방한다.
(※ '회기'에 이미 기간이란 의미가 들었다. 그러니 '동안'이란 말은 쓸데없는 말이다.)

제54조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그 밖의 의안은 회기 동안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않는다.
→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 그 밖의 의안을 회기에 의결하지 못한 이유로 폐기하지 않는다.

제57조 ⑤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 그 법률안을 법률로 확정한다.

제75조 ①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 대통령이 궐위하거나

제80조 ④ (……) 이 경우 그 명령에 의하여 개정되었거나 폐지되었던 법률은 (……)
→ 이 경우
그 명령으로 개정하였거나 폐지한 법률은

제100조 ① 법관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으며(……)
→ 법관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으며

제107조 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 → 법률이 헌법을 위반하는지

제108조 대법원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
→ 대법원은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112쪽 ③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다.

제113조 ②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 → 헌법재판소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115조 ⑥ 감사위원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 감사위원은 탄핵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다.

제117조 ① 감사원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 → 감사원은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118조 ⑤ 위원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 위원은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다.

제118조 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123조 ①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
→ 지방의회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124조 ②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
→ 지방의회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124조 ③ 조세로 조성된 재원은 (……) 배분되어야 한다.
조세로 조성한 재원은 (……) 배분해야 한다.
조세로 만든 재원은 (……) 배분해야 한다.

제127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
→ 국가는 농사짓는 사람에게 농지를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며


#개헌안 #대한민국 헌법 #쉬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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