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본사 본관 앞에 걸려있는 노조의 군산공장 폐쇄 철회 현수막.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 후 인천 부평구의 본사 앞 본관에서 고용 생존권 보장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은주
한국지엠 사태 이후 벌써 노동자 2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지난 7일 이씨(부평조립2공장, 87년 입사)가 희망퇴직을 선택한 후 집 근처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폐쇄를 결정한 군산공장의 고씨(군산 조립부, 96년 입사)역시 24일 집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이 밖에 또 다른 노동자 김씨(부평 조립1공장)은 10일째 행방불명 상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과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29명의 노동자들이 죽음을 선택하여 사회적인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한국지엠의 노동자들이 GM글로벌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한 후 2500 여명이 사표를 쓰고 4월 1일부로 회사를 떠난다. 죽음을 선택한 2명과 행방불명의 노동자도 희망퇴직을 선택한 당사자다. 짧게는 22년 길게는 30여 년 동안 불철주야 일만 하던 노동자들이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이후 충격은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 됐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저 개인의 질병 정도로 치부하고 '자살'로 바라본다.
대부분의 자살은 본인의 유서에 기초하여 사인을 결정한다. 그러나 최근 죽음을 선택한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유서도 없는 경우다. 추측만 난무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이나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면 원인은 명확하다. '극심한 스트레스, 그로 인한 우울증, 등이 극단의 선택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2명의 노동자들 죽음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잘 나가던 공장이 일주일에 2~3일 근무하기를 4년여 지속됐다.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폐쇄를 결정하는 현실 앞에 강한 자는 없다. 더구나 개인의 자택으로 희망퇴직서를 동봉하여 배달하는 잔인함은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미래가 없는 공장'으로 만들고 "5월 1일부터 임금지급은 없다" 라는 통보 등이 2500명이라는 희망퇴직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런 처지에 퇴직 결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꽃다운 청춘에 입사하여 컨베이어에 몸을 싣고 기계처럼 일만 하던 노동자들이 컨베이어가 멈추면서 기계의 부품처럼 버려졌다. 공장에서 볼트만 조이던 노동자들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막막한 현실이다. 이런 냉혹한 현실은 그들을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았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처럼 고난의 길이라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른바 '헬 조선'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다. 컨베이어에 실려 기계처럼 볼트만 조이던 노동자들이 경영 악화의 책임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최근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유서를 통해 검증할 것이 아니다. 쓰다가 버려지는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되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반성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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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의 GM 노동자는 왜 목숨을 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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