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9일 오전 9시 청명한 상하이의 하늘.
설미현
그런데 대략 반 년 전 정도부터 상하기 공기가 한결 나아졌다. 작년 연말이 재작년 연말보다 좀 낫다 싶더니, 이번 청명절(4월 5일~6일)에는 명절 이름 그대로 날씨가 '청명'할 듯하다. 청명절을 앞둔 지난 한 주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같은 기간 '미세먼지가 최악'이라는 한국 뉴스를 듣고는 고국의 가족과 벗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대체 상하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이 도시는 무엇을 어떻게 해서 우리 가족을 밤새 기침하게 만들었던 공기의 질을 개선해 냈을까. 여러 가지 개선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규제가 강화되고 자리를 잡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성공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주요 명절에 폭죽을 못 쏘게 한 것이다. 중국 사람들에게 명절 폭죽이란 심장 고동(?) 소리와도 같은 것인데, 이러한 폭죽을 못 쏘게 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정말이지 초강수를 둔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정책으로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에선 명절 분위기라고는 하나도 안 나는 심심한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그 대신 매캐한 냄새가 섞여 나지 않는 좀 나은 공기를 얻게 됐다. 중국 정부는 공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통마저 포기한 셈이다.
또 자동차 보유를 제한하고 공유 자전거를 보편화시킨 것 역시 성공한 정책 중 하나이다.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배기가스가 큰 대기오염원으로 분류된 이상, 자동차 대수를 제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현재 상하이에서 차를 보유하려고 하면 추첨이나 경매 방식으로 차 번호판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얻더라도 천 만 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야만 차 번호판을 보유할 수 있다(중국은 1994년부터 상하이 등에서 자동차 총량 규제 정책을 실시, 신규 차량 번호판을 추첨이나 경매방식으로 제한하고 있다).
자동차의 수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불편은 지하철과 함께 공유 자전거가 보완했다. 한 대 빌리는데 무료거나 우리 돈으로 몇 백 원 밖에 안 되는 공유 자전거를 상하이 어디에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공유 자전거가 너무 많아져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등 또 다른 도시 공해가 유발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이 문제가 공기 오염을 위협하진 않는다.
미세먼지 사태는 생존의 문제이다. 공기를 마시는 것은, 인간이 물을 먹고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똑같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먹거리나 수면의 문제를 제외하고 그 무엇도 공기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보다 우선할 수 없다. 당장 공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냉철하게 따지고 결정해야만 한다.
중국에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외교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상하이처럼 강력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 자체적으로도 공기가 나쁜 날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실효성이 있고 구속력이 있는 국가 정책을 시행해야만 한다.
중국 베이징에선 굽는 요리를 금지하고, 초대형 공기청정탑을 세워서 공기를 정화한다. 때론 인공강우를 내려서 먼지를 씻어낸다. 정부 차원에서 시민의 참여를 촉구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이 엄청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는 어떤 정책을 세우고, 시민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우리의 아름다운 나라를 시꺼먼 스모그로 뒤덮이게 할 것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하라'는 대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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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 임학박사, 연구직 공무원, 애기엄마. 쓴 책에 <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사랑, 마음을 내려 놓다>. 연구 분야는 그린 마케팅 및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 연구. 최근 관심 분야는 환경 정의와 생태심리학.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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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전통도 포기하고, 공유 자전거 늘리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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