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성별, 국적이 서로 다른 여섯 희생자의 모습은,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대표한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 내부 모습.
남지우
수십 년 전, 어느 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을 "그 정권의 미친 짓"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 '미친 짓'과 지금의 정부를 비교해 "지금 정부는 OO에 비하면 낫지"라는 생각도 하면 안 된다. 과거의 학살과 현정부를 비교해서 어느 한 쪽을 격상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폭넓게 함께 짊어지어야할 국가라는 동일한 실체로 여겨야 한다.
인혁당 사건은 그저 박정희의 미친 짓이며, 광주 시민 학살은 그저 전두환의 미친 짓으로 기억해야 할까? 결국 그렇게 추악한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지니게 된 것은 후손된 우리들이며-지금의 정부다. 역사는 과거이지만 피해자는 남아있다. 과거 학살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지어야 하며, 특정 인물이나 정권의 악행임을 부각하는 데 그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진정한 사과가 아님을 깨달았다.
진보진영이 5.18이나 또 다른 국가폭력들을 지금껏 그렇게 활용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반성이 동시에 들었다. 전두환을 악마화하며 진보정권의 선함을 부각하고, 박정희를 악마화하며 진보정권의 합리성을 극찬해왔던 것은 아닐지. 나부터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사과를 통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의 폭력에는 이념과 정당을 불문하고 '국가'라는 실체로서 책임을 지어야한다는 명제를 재확인했다. 사법부의 잘못을 한 명의 판사에 돌리 지 않고 독일 사법부 전체가 용서를 구했듯, 학살의 주체를 히틀러로 표기하지 않고 '독일'이라 기술했듯 말이다.
4.3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일제강점기와 전쟁과 민주화운동을 지나면서 국민을 향해 수없이 자행된 국가폭력들에 대한 사과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제대로 된' 사법부의 사과도, 경찰의 사과도, 군대의 사과도, 국가의 사과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들에게 끌려가고, 그들에게 죽어간 사람은 그렇게나 많았는데도.
책임은 넓게, 사죄는 깊게. 그 후 용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결국 우리의 화두로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 국가폭력에 희생된 모든 영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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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그랬다'는 문 대통령의 사과, 독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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