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날, 일본에선 중요한 재판이 열립니다"

[현장] 차별과 핍박 딛고 일어선 '조선학교어머니회', 제3회 한경희통일평화상 수상

등록 2018.04.08 19:21수정 2018.04.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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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는 한경희통일평화상 시상식이 지난 6일 7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수상자는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에 헌신해온 '조선학교어머니회'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학교어머니회는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행사장을 찾아, 그 어느 때보다 시상식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남녘의 민주화를 위해 애써 오신 어머니들의 대표격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에서 기꺼이 대리수상을 맡아주셨다. 한경희, 조선학교어머니회, 민가협.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고통의 피해자로만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고 계신 '어머니'들이 주인공인 자리였다.

분단의 비극을 온몸으로 떠안고 살다 죽은 뒤까지 간첩 누명을 쓰게된 고 한경희 여사를 기리고 명예회복을 위해 유가족들이 성공회대와 공동 제정한 <한경희통일평화상>은 평화통일운동의 역사와 현장에서 고초를 당하면서도 탄압에 맞서 투쟁한 단체와 사람들을 발굴해 격려하고, 그 활동을 세상에 알려내는 데 취지와 목적이 있다. (관련 기사 : 제1회 한경희통일평화상 시상식에 가다)

 제3회 한경희통일평화상 시상식이 4월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공동 주관단체인 성공회대 이정구 총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제3회 한경희통일평화상 시상식이 4월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공동 주관단체인 성공회대 이정구 총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박지향

"척박한 일본 땅에서 우리민족을 지켜오신 조선학교어머니회에 상을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심사위원회를 대표해 한충목(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은 이렇게 심사 소감과 선정 경위를 밝혔다. 

"3월 6일, 심사위원들과 조선학교어머니회를 수상자로 만장일치로 선정하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정상회담 소식을 들었습니다. 새로운 봄이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척박한 일본 땅에서, 분단의 현실 속에서, 남과 북 어디 하나만을 조국이라고 할 수 없었던 재일동포들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글, 통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남쪽에 있는 우리들은 그동안 잘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한경희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이제라도 상을 드리게 되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분들의 공로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통일을 위해 먼 곳 일본에서 싸워오신 조선학교어머니회의 노고에 약간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되어 심사위원 모두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못 오시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합니다"

 잠정 중단된 민간교류 상황으로 인해 조선학교어머니회가 참석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민가협의 이영 어머니가 수상소감을 대독하고 있다.
잠정 중단된 민간교류 상황으로 인해 조선학교어머니회가 참석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민가협의 이영 어머니가 수상소감을 대독하고 있다.박지향

민가협의 이영 어머니가 대리수상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


"얼마나 오고 싶으셨겠어요. 못 오시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합니다. 일제의 탄압과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을 자손대대로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고 계시는 조선학교 어머니회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전히 고국을 마음껏 오고 갈 수 없는 아픈 현실이 참가한 이들의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이영 어머니는 조선학교어머니회에서 보내온 수상소감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민족 교육을 위한 우리 어머니들의 활동을 남녘 땅에서 적극 지지 성원해주는 여러분들의 뜨거운 동포애에 감사드리며 그 어떤 차별과 박해에도 굴함 없이 조선학교를 지켜나갈 결심을 새로이 하고 있습니다. (중략) 오막살이 판잣집, 동포집 방 한 칸을 빌려 시작된 우리 학교는 백묵 하나 종이 한 장을 구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 일이 끝나면 막노동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미 점령군과 일본 경찰 놈의 곤봉을 맞아가면서도, '일본으로 귀화를 하면 언제든 일본학교로 받아주겠다'고 '그래야 취직도 잘하고 돈도 잘 번다'는 회유와 협박 속에서도, '일본 대학으로의 수험자격과 보조금도 아니주겠다'고 '고교무상화 적용대상에서도 제외한다'는 압박 속에서도 원한의 땅 일본에 우뚝 솟아왔습니다."

 재일동포들의 조선학교 차별반대, 민족교육탄압 중지에 대한 행동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우리학교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재일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적용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이 진행중이다
재일동포들의 조선학교 차별반대, 민족교육탄압 중지에 대한 행동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우리학교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재일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적용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이 진행중이다조선학교어머니회

해방 이후, 우리민족은 분단의 현실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었다. 대결과 전쟁, 이산가족의 아픔은 남과 북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분단의 고통과 함께 차별의 고초까지 겪어야 했다.

식민지 시절 일본으로 강제 징용된 우리 동포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면서 아이들에게 민족의 말과 글,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국어강습소'를 세웠고, 그것이 오늘날 '조선학교'의 전신이다. 70여 년 동안 '조선학교'와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차별과 탄압, 우익단체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물리적 폭력을 겪어왔음에도 민족 교육과 통일 교육을 멈추지 않았다.

그 힘의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조선학교어머니회'이다. 현재 일본에 60여 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 조선학교는 일본사회에서 우리의 민족성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유일한 곳이며, 60만 재일동포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3차 정상회담 날, 조선고교 무상화 재판 있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의 권해효 대표를 대신해 영화 <우리학교>를 통해 조선학교를 알려온 김명준 감독이 축사를 읽었다.

"일본 땅에 있는 전국의 조선학교 어머니들이 든든해 하며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리에서도 당당하게 전단지를 나눠줄 수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남쪽에서 이렇게 응원하고 있다며 더욱더 자신 있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참 고마운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4월 27일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지만, 일본은 여전합니다. 재일동포들은 차별 받고 있으며,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조선고교만이 제외된 상황입니다.

27일 오후 2시에 일본 나고야에서 조선학교 무상화재판 1심 선고 공판이 있습니다. 오사카에서 이겼지만 나머지 히로시마, 도쿄에서는 졌기 때문에 이 재판이 정말 중요하게 되었고, 세상이 조금 변한 상황에서 일본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날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을 뉴스에서 보시면서 일본 한켠에서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민족교육을 위해 일본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관련 링크 : "조선학교 차별은 위법", 일본정부 맞서 첫 승소)

바야흐로 어느 때보다 통일의 염원과 남북 관계에 순풍이 불고 있는 4월이다. 70년 분단 장벽이 허물어져 남북과 해외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고 한경희 여사의 뜻을 기리는 통일평화상 시상식이 이루어질 그날을 기대해 본다.
 
 상을 제정한 고한경희 여사의 유가족들과 심사위원, 참가자들이 “조선고교 무상화 실현”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상을 제정한 고한경희 여사의 유가족들과 심사위원, 참가자들이 “조선고교 무상화 실현”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박지향

#한경희상 #한경희통일평화상 #조선학교어머니회 #조선고교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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