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R 탐사 썰매에 탐사장비를 싣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지표 아래로 전달된 고주파의 파장이 컴퓨터에 나타난다. 지질 구조를 분석 할 수 있다
김진홍
12km 왕복을 하루 목표로 한다. 걷기 4일째, 매일 같이 썰매를 끌고 걷는다. 끊임없이 걷다보면 무아의 경지 오를 것만 같다. 구름의 움직임이 크다. 여지없는 남극의 날씨다. 화이트 아웃이다.
방향을 잃었다 시야가 전혀 없다. 순식간에 방향감각을 잃었다. 안개 자욱한 바다와 같다. 저시정 상태로 항해시 레이더로 물체를 확인한다. 소리신호를 보내며 충돌을 예방한다. GPS 위치에 의존한다. 안전을 지켜줄 유일한 장비다.
남극의 추위와 눈폭풍을 만난 탐험가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삶과 죽음의 사선을 넘는 걷기였을 것이다. 내륙 탐사 시 대원들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치 신호를 기지에서 실시간 확인한다. 비상 상황 시 대원들은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어느 나라든지 가장 근접한 곳에서 구조대를 파견하게 된다. 남극에서는 모두가 하나이다.
바람 때문에 눈발까지 날리니 전진하기가 쉽지 않다. 반환 지점에서 눈 위에 누웠다. 하늘을 본다. 거친 호흡소리를 듣는다. 히말라야, 방랑여행, 극지에서...나는 왜 이렇게 걸어왔는가! 전생에 풀지 못한 업이 있었던 건지...
모험을 통해 만나는 발견의 즐거움이 컸다.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되는 긴장감도 있었다. 인생 1막 2장을 알리는 신호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