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
고양생태공원
이 핫도그 안에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부들 열매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으면 저절로 터집니다. 씨는 하얀 솜털 같아서 공중으로 날아오릅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번식하는 것입니다. 부들 열매가 터져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모습은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입니다.
부들의 놀라운 번식력 덕분에 부들연못이 부들로 가득 찼고, 우리 공원의 계류에도 부들이 번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들연못을 조성했지만, 이제는 부들이 너무 많아져 솎아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우리 공원을 벗어난 부들 씨들이 다른 지역에서 끈질긴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부들의 번식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부들연못이 부들로만 가득 차지 않는 것 역시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들연못에 부들만 있으면 밋밋할 것 같아서 수련 몇 개를 넣었는데, 이들도 질긴 생명력과 함께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너희만으로 부들연못을 채울 수 없지. 우리도 있거든.' 수련들은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자랑하면서 부들연못에서 색다른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서로가 있기 때문에 생존 경쟁을 하면서 더 놀라운 생명력과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부들 열매가 농익어 터지면 옆구리가 터진 핫도그가 돼 부들의 아름다움은 사라집니다. 옆구리가 터져 모양이 망가진 부들 열매는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예쁘지 않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풀이나 전성기가 지나면 빛이 바라기 마련이죠.
그래도 우리는 부들을 베지 않고 그냥 놔둡니다. 부들은 순수한 녹색을 잃고 선 채로 죽어가지만, 그 부들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곤충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부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많은 곤충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진딧물과 무당벌레 말고도 부들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곤충들이 여럿 있습니다. 거미나 사마귀들이 바로 그들인데 알을 낳아 부들에 붙여놓습니다. 그러니 부들이 죽었다고 베어내면,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자연의 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