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풀무질>과 <아폴로책방>현직 책방지기들의 쓴 논픽션과 픽션
김은경
<책방 풀무질>을 쓴 은종복 대표는 199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책방 풀무질을 시작했다. 어느 대학교 앞이나 으레 한두 곳은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던 인문사회서점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는 지금까지도 성균관 대학교 옆에서 버티고 있는 책방 풀무질의 이야기는 '동네서점 아저씨 은종복의 25년 분투기'라는 부제처럼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노력'한 처절함이기에 자랑스러운 찬사의 노래가 아니라 고독하고 애타는 이야기이다.
20대부터 반백이 되기까지 온 청춘을 바쳐 책방을 지켜내었다며 무턱대고 존경과 찬사를 보태기엔 절대 녹록지 않았을 세월의 이야기가 무겁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쇠락하는 책방의 역사나 어려운 처지에 대한 넋두리는 절대 아니다.
책방 옆 학교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닌 지 2년이 지나도 책방 풀무질을 모른다거나 이제는 더 이상 은행도 대출을 해주지 않고 언제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이상할 것 없다는 이야기에 깊은 한숨을 같이 쉬게 될지언정, 그래서 "이런 칭찬과 격려조차 함부로 할 일은 아니라 말을 줄인다"는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의 김현우 공동대표의 말이 더 현실적으로 들릴지언정, 그럼에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책방지기 은종복이 부러울 것이다.
그는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세상과 자신이 가치를 두고자 하는 일을 알고 있으니까. 세상에 몰리어 정신없고 원칙 없이 부유하는 삶이 아니라 최소한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나는 그 누구보다 부럽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무지막지함과 전쟁과 핵발전소를 반대하고, 조국이 통일될 것을 염원하며, 노동자, 책방지기, 농사꾼처럼 노동과 삶에 성실한 이들이 웃는 나라,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나라를 원한다.
그리고 도서정가제가 정착되고, 마을에 작은 도서관과 서점이 충분하고, 시를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통해 책방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동네 책방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가꿀 줄 안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각박해서 매 순간 분투해야 하지만.
책방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처럼 <아폴로책방>을 쓴 소소책방 조경국 대표도 부럽기는 매한가지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헌책방 '소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인데, 헌책을 팔아 생활이 될 리는 만무하고 그래서 강의 자리로, 아르바이트 자리로, 글 쓰는 자리로 역할을 바꾸며 분주히 다닌다.
그런 일들로 자주 책방을 비우며 다녀야 하면 생활과 시간에 지칠 것도 같은데 희한하게 그는 탐을 낼 법한 것에도 무심하고 아주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제 것이 될 만한 일에도 좀체 개의치 않는 '대책 없는' 삶의 자세를 유지할 줄 안다. 오로지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산다고 할까. 그의 인생은 늘 그의 것이다(당연한 것 같지만 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좀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