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담하는 문재인-김정은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을 배경으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가장 놀라운 부분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평화의 집 1층 환담장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다음 발언이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김 위원장은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을 언급하며 이들의 숙원을 풀고 불안해 하지 않는 남북관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우선, 그동안 북한은 탈북자를 반역자로 대해왔다. 김 위원장의 말은 더 이상 이들을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 문재인·김정은 만나는 순간, 누구도 예상 못한 3가지 장면 ⓒ 김혜주
김 위원장이 연평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언급한 것은 매우 전향적이다. 2010년 11월 포격 사태 뒤 4일만에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도발을 준비하면서 포진지 주변과 군사시설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하는 등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김 위원장이 직접 연평도 포격을 언급하면서 '불안 해소'와 '상처 치유'를 언급한 것은 민주사회의 정치지도자라면 당연한 일일지 몰라도 북한의 독재자로선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행간에서도 김 위원장의 솔직성을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남측 주민들의 기대를 '오면서 봤다'고 했는데 사실, 이는 북측 매체로는 접할 수 없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이 남측 매체나 외신을 상시적으로 접하고 있음을 솔직히 내비친 발언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김 위원장이 이 말을 하면서 북한식 어휘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탈북자' '북한군' '남북'이란 남과 북이 달리 쓰는 말을 하며 남측 어휘를 썼다. 이 발언 내용을 전달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 발언이며, 김위원장이 남측이 쓰는 언어로 발언했다"고 밝혔다.
②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