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4일 오전 경찰들이 대추분교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여러명의 경찰들이 쓰러진 한명의 시위자를 집단구타하고 있다.
권우성
흙먼지에 가려 가까이에서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지만, 참혹했던 그날의 '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동네, 우리 집과 대추리가 그 정도로 가까웠다. 경찰과 군인을 피해 논밭을 밟으며 도망치던 그 누군가의 소리, 경찰의 곤봉에 맞아 쓰러지며 내던 짧은 외마디 비명 소리, 그리고 피를 흘리며 다시 우리 집 앞으로 도망치던 울분의 소리. 나는 그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민주정권이다. 참여정부이다. 시장이 여당 출신이고 국회의원도 여당출신이다 하는 소리들은 의미 없는 말들이었다. 그저 고상한 말장난들이었으리라. 그들이 한 건 없다. "해결해 줄테니 우리만 믿어라, 합의문에도 평택시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지만, 다가올 지방선거와 총선 공천에만 눈이 멀었는지 중앙 정부를 설득하고 주민들을 위로 하기는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그렇게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주둔을 명목으로 밀어부친 결과 '대추리'라는 마을 하나가 없어졌다. 또한 대추리와 인근해 있던 마을인 도두리와 본정리, 내리, 송화리, 안정리 등 마을들이 분진과 소음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던 노성리를 포함한 평택시 팽성읍 전역과 인접한 도시인 충청남도 아산시 둔포면,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일대가 미군 헬기와 전투기, 사격 소리 등으로 인해 소음 등을 포함한 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학교를 다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전투기 소리, 헬기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모습이, 무슨 일이냐며 전쟁 났냐며 당황해 하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사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내 머리 위에는 늘 헬기와 전투기가 떠다녔으니까. 나에게는 그런 소리가 익숙하다 못해 당연한 소음들이었다. 나는 늘 그렇게 머리 위에 미군의 첨단 무기들을 이고 살았다.
지금의 미군기지는 어떠한가?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가 2020년까지 평택 미군기지에 통합 이전을 완료한다고 한다. 사실 미8군 사령부가 작년 평택에 내려옴에 따라 실질적인 이전은 완료된 셈이고, 미군들 수요에 맞는 편의시설을 짓는 것이 최종 단계에 있다.
미군부대와 인접한 동네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원룸과 렌탈 하우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이 판을 치고 각종 신도시와 도로가 정비, 재개발 되고 있다. 평택시청과 시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평택이 앞으로 '국제화 중심 도시', '제 2의 이태원' 이 될 것이라며 미군기지 홍보와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