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래빗, 현대문학
노지현
소설 <화이트 래빗>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은 인질 농성 사건이다. 한 범인이 누군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침입한 가정에서 의도치 않게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범인 우시기타가 찾는 누군가는 자신이 일하는 조직의 돈을 빼돌린 인물이었고, 그 인물을 찾기 위해 조직의 보스가 우시기타를 이용하고 있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은 절박하지 않으면 당돌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조직의 보스는 인간의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어 우시기타의 아내를 납치해 우시기타를 부추겼고, 우시기타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돈을 빼돌린 '오리오오리오'라는 별명을 지닌 인물을 찾다 묘한 상황에 놓였다.
그게 바로 인질 농성 사건이다. 자신이 오리오오리오를 센다이 시에서 찾다가 우연히 마주쳐 그의 가방에 GPS 위치 발신기를 붙여 놓았는데, 그 발신기가 자신이 침입한 가정에 있었던 거다. 도대체, 왜 오리오오리오의 가방에 붙인 위치 발신기가 그 집에 있었을까. 비밀은 훨씬 더 앞의 사건에 있었다.
그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동안 <화이트 래빗>은 인질극을 벌이는 우시기타, 우시기타를 협박하는 보스 이나바, 인질극의 인질이 된 유스케와 그의 엄마, 그리고 어쩌다 인질극에 얽힌 구로사와, 인질극 사건을 대처하는 경감 나쓰노메 등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사건을 아주 입체적으로 그린다.
작가가 보여주는 대로 소설을 읽다 보면 '어? 왜 이렇게 되지?'라는 의문을 품는 부분을 만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이 밝혀지는 지점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숨어 있었다. 그 사건들을 하나하나 종합해 나가면서 드디어 진상에 도달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또 미처 생각지 못한 결말에 웃음을 짓는다.
<화이트 래빗>에서 다루어지는 별자리 '오리온자리'와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 이 두 가지 소재를 이용해서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심리를 풀어나간다. 덕분에 수시로 바뀌는 시점과 시간에도 전혀 머리 아픈 일 없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역시 이사카 코타로!"라고 할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읽기를 멈출 수 없는 미스터리 소설 <화이트 래빗>.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책을 읽을 것으로 생각한다. 괜히 '회심의 역작'이 아니었다(웃음).
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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