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만년필의 가격과 가치, 무엇으로 정하나

[나만의 수집품] "만년필도 사고 파느냐?" 묻는 사람이 있기에 답하다

등록 2018.05.08 11:22수정 2018.05.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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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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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 보니 만년필이 50자루가 넘는다. 평균 50만 원으로 계산해도 2500만 원이다. 없는 살림에 적은 돈이 아니다. 몇 년 전 만년필 동호회가 있다는 걸 알았고 만년필도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25만 원에 산 만년필을 5년 동안 실컷 쓰다가 다시 중고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30만 원을 받았으니, 제법 남는 장사를 했다. 만년필을 사러 온 사람이 필통을 꺼내놓더니 만년필 자랑을 한다. 얼핏 봐도 한 자루에 백몇십만 원짜리가 필통을 꽉 채웠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만년필이 있었다.

본래의 기능보다 소재와 디자인으로 가격 결정이 되는 만년필
조상연

일본도가 연상되는 곡선형의 특이한 만년필이다. 가격도 400만 원이 훌쩍 넘는 거로 아는데 자랑이 하고 싶어 몸살이 났다. 손에 쥐여주면서 부드러움의 극치를 맛 보란다. 만년필은 아무리 싸구려라도 오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길이 들어 부드러워진다는 걸 모르는가?

어찌 되었든 내 만년필도 사주고 해서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써보았다. 결론은 10/1 값도 안 되는 내 만년필만 못했다. 그래도 연신 "이야, 우와, 죽이네"를 연발하며 감탄을 해댔다. 그가 흐뭇해하며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만년필을 좋아했던 나는 만년필만 보면 항상 의문이 있었다. 200만 원짜리 만년필이 20만 원짜리 만년필보다 필기감이 왜 안 좋을까? 만년필 본연의 기능이 글을 쓰는 것이고 당연히 필기감 일텐데 열 배나 비싼 만년필이 열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배는 필기감이 좋아야 할 게 아닌가?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가?

조상연

결론은 디자인이었다. 물론 플라스틱이냐 레진이냐, 금 펜촉이냐 스테인리스 펜촉이냐 소재에 따른 것도 있지만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이 값을 정했다. 만년필 본래의 기능인 필기감은 가격에 크게 반영이 안 됐다.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이 가격을 결정하는 만년필, 유별나게 한정판이 많은 만년필, 그래서 중고시장을 서핑하다 보면 10~20년 전에 생산된 만년필도 거의 새것 같은 만년필이 많다. 만년필 마니아들이 수집만 해놓고 사용을 안 해서인데 혹시 고급 만년필을 써보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의 만년필 중고시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시중에서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만년필을 반값에 구할 수도 있다.


#모이 #만년필 #중고 #필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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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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