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일본도가 연상되는 곡선형의 특이한 만년필이다. 가격도 400만 원이 훌쩍 넘는 거로 아는데 자랑이 하고 싶어 몸살이 났다. 손에 쥐여주면서 부드러움의 극치를 맛 보란다. 만년필은 아무리 싸구려라도 오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길이 들어 부드러워진다는 걸 모르는가?
어찌 되었든 내 만년필도 사주고 해서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써보았다. 결론은 10/1 값도 안 되는 내 만년필만 못했다. 그래도 연신 "이야, 우와, 죽이네"를 연발하며 감탄을 해댔다. 그가 흐뭇해하며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만년필을 좋아했던 나는 만년필만 보면 항상 의문이 있었다. 200만 원짜리 만년필이 20만 원짜리 만년필보다 필기감이 왜 안 좋을까? 만년필 본연의 기능이 글을 쓰는 것이고 당연히 필기감 일텐데 열 배나 비싼 만년필이 열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배는 필기감이 좋아야 할 게 아닌가?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