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장소, 도서관
최다혜
9개월에 접어든 둘째 딸과 또래를 키우는 조리원 동기들이 하나, 둘 복직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고, 선생님들께서도 능숙하게 아가들을 돌봐주셨다. 33개월 큰 딸이 다니는 가정 어린이집에도 돌 전 아가들이 여럿 있었다. '영영 엄마와 헤어지는 게 아닌, 잠깐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 뿐'이라는 조언까지 들으니 얼른 복직해서 살림에 보태야하나, 마음은 수 천 번 흔들렸다.
그러다 며칠 전,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온 뒤, 육아휴직을 더 하기로 결심했다. 여기에선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게 별 의미 없었다. 주어진 시간에 걷고, 산딸기 따 먹고, 들꽃을 바라보고, 산새 소리와 개울 소리에 귀 기울이면 행복했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으니, 큰 딸도 마음 놓고 뛰어 다녔다. 내게 계속 재잘대며, 노래하고, 웃고, 비누방울 날리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 경험을 돈으로 교환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존재하면 될 뿐이었다.
둘러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삶을 누리는 방법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 외에도 많았다. 결정적으로 4살, 2살 딸들은 장난감을 더 많이 갖기보다 부모에게 사랑 받고 함께 하는 순간들을 더 좋아했다. 부모가 장난감을 거실에 잔뜩 늘어놓고 "재밌게 놀아~" 하고 뒤돌아 집안일 하던 순간보다, 같이 옆에서 걷기만 했는데 더욱 행복해했다.